어른들도 책 안 보면서..."청소년 문해력 부족은 어른들 시선"

이현주 2024. 10.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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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터뷰
"두발 자유화 등 잘 안 쓰는 표현 모를 수도"
"특정 어휘 모른다는 비판은 신중치 못해"
정작 어른 10명 중 6명은 연간 독서량 0권
"어른들이 책 읽어야 아이들도 보고 배워"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청소년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특정 어휘를 모른다고 해서 아이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낮다고 보는 건 어른들의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고 일침을 놓았다. 신 교수는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향상되려면 어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신 교수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어를 얼마나 아느냐를 말하는 어휘력이 문해력의 기초가 될 수는 있지만, 어휘력 부족을 문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한글날(9일)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한 평가다. 해당 조사에서 교사들 중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변한 비율은 91.8%에 달했다. 학생들이 '이부자리'를 별자리 이름으로 착각하거나, '두발 자유화'를 오른발·왼발 자유화로 이해하는 등 어휘 뜻을 모르는 사례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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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시기 대면 등교가 중단됐던 초등학생이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최주연 기자

'이부자리', '두발 자유화' 모르면 문해력 부족?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신 교수는 "이부자리나 두발 자유화, 이런 단어들은 현재 일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단어들"이라면서 "단어란 시간에 따라서 사용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발 자유화'처럼 오래전 관습에 관한 표현은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에서 쓰이지 않고, 현재 청소년들이 모를 수도 있는 어휘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들은 문해력을 측정하기에 적절한 단어라고 공인된, 합의가 있는 단어들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무슨 에피소드처럼 '어떻게 그 단어를 몰라?'라며 문해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른들의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또 이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어휘력 부족을 지적하는 문화는 1980, 90년대에도 있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이 한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것을 비판하는 논문이 나오는가 하면, 젊은이들이 친족 명칭을 잘 모른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른 역대 성인·학생 종합독서율 그래프. 성인 종합독서율은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2013년 이후 급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책 안 읽는 어른들 문해력은 괜찮나?

'아이들이 디지털 매체를 많이 봐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어른들부터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의 종합독서율(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 비율)은 43.0%에 그쳐,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정말 처참하다"면서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세대인 40대, 50대를 보면 40대부터 독서율이 확 떨어진다"면서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고 배운다.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읽는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청소년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선 평가를 위한 일률적인 국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해력은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사지선다, 오지선다 이렇게 (답을) 선택하는 그런 국어교육이 이뤄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평가하는 게 문해력을 키우는 데 전적으로 좋은 교육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들이 적절한 쓰기와 말하기를 하는 것은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신 교수의 지론이다. 신 교수는 "우리가 언어생활을 하는 거는 옷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옷을 입고 어떤 상황에서는 저런 옷을 입을지 고르려면 옷장이 풍부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이 옷은 이럴 때 입는 것이 아니고, 이럴 때는 저런 옷을 입어야 돼'라면서 이유까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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