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하고 반도체공장 짓고… 오일머니, ‘빅테크 연료’ 가 되다[Global Economy]

황혜진 기자 2024. 10.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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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 “탈원유” 新성장동력 찾기 분주
사우디 등 AI기업 투자 5배 늘어
단순투자 넘어 기업유치도 활발
UAE 반도체 파운드리 건립 추진
삼성·TSMC 경영진 논의 진행
오일머니 중심 GCC 6개 국가
2026년 총자산 3조500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가 스마트시티 ‘네옴’에 건설 중인 8각형 모양의 해상부유식 첨단산업단지(옥사곤) 조감도. 네옴시티 홈페이지 캡처

탈원유를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큰손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건설·관광·레저 등에 이어 핀테크·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투자 분야를 확대하며 전 세계 경제·산업계에 거센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단순 투자를 넘어 첨단 산업 유치에 나서면서 제2의 중동 붐이 불지 주목된다.

◇중동 오일머니, 글로벌 전주(錢主)에서 공장주로 변신=중동 국가들은 그동안 원유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구축한 국부펀드를 통해 전 세계 투자 시장의 거물 역할을 해왔다. 이랬던 중동 자금이 최근에는 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의 지난해 AI 기업 투자 금액이 전년보다 5배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동 자금의 AI 투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UAE의 국영 투자기업인 MGX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카타르투자청은 AI 기업인 데이터브릭스에, UAE의 또 다른 국영 펀드인 무바달라는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에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에 이어 미국 벤처캐피털(VC)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4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파트너십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동은 외국 기업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섰다. 단순히 투자 수익 창출에 그치지 않고 중동을 첨단산업의 전초 기지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더 인포메이션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주요 VC들이 중동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너럴 애틀랜틱, 세쿼이아 캐피털(현 Peak XV), QED 인베스터스 등이 대표적으로, 중동 지역에 사무실을 개설하거나 현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주요 VC의 중동 지역 투자 총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남아 투자액인 약 40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투자의 질적 성장으로, 초기 단계를 넘어 시리즈 B, C 등 후기 단계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반도체 공장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1, 2위인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UAE에 대형 반도체 제조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 사 경영진도 이를 위해 UAE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장 규모도 본사 최대 공장과 맞먹는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자금은 광물 시장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국영 광산업체 마덴은 지난해 총 26억 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의 비금속 사업부 지분 10%를 매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구리와 니켈 등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등의 광산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머니 중심에 있는 걸프협력회의(GCC)=전 세계 산업을 움직이는 오일머니는 GCC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GCC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 포함돼 있다. 이 국가들은 각기 탈원유 사업 다각화를 위한 중장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3년 전 경제개혁 로드맵인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부분적인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국유자산 민영화 △재생에너지·제조업·관광업 등 낙후된 산업의 활성화 △유아부터 고등 교육까지 커리큘럼의 표준화·현대화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를 다변화하고 국민을 위한 역동적인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UAE는 2031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로 ‘UAE 국가 AI 전략 2031’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전략은 2071년까지 UAE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UAE 100주년 2071’과 맞물려 있다. 카타르 역시 2008년 카타르 중장기 국가 발전계획인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내놓고 친환경 성장을 통해 2030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만도 정보통신기술(ICT)을 국가 경제부문 활성화의 기반으로 삼은 ‘오만 비전 2040’을 통해 2021년 2%인 오만 국내총생산(GDP) 내 디지털 경제 기여도를 2040년 10%로 높일 계획이다.

중동 국가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GCC 국가의 총자산은 2021년 2조7000억 달러에서 연평균 5.2% 성장해 2026년 3조5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자산은 9250억 달러를 돌파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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