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39] 모든 아이는 소중하고 애틋하다
[교사 김혜인] 출산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언니가 노래 영상을 보냈다. 솔직히 곡조도 가수 목소리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때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노래가 아니라 영상 때문이었다.
한 여인이 자기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내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마치 그렇게 내 아이를 보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나 스스로가 너무 어이없어서 웃다가 울다가, 또 웃다가 울었다.
구약 성경 출애굽기에 자기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히브리인이 이집트 노예였던 시절이다. 애굽왕 바로는 히브리인 번성을 막기 위해 아들이 태어나면 즉시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 히브리 여인이 아들을 낳자 숨겼다. 그러다 더는 숨길 수 없게 돼 아이 갈대 상자에 담아 나일강에 띄워 보냈다.
어릴 때 나는 본래 이 이야기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출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남다른 감정이 드는 게 신기했다. 아기 엄마란 자각도 아직 낯설기만 한데 말이다.
출산 후 이유 없이 감정 기복이 커지고 눈물이 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체내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많은 산모가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라고 한다더니, 나도 그런가 보다.
지금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떠나보낸 히브리인 엄마 마음처럼 늘 곁에 있는 아이가 불현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이는 잠들었고 나는 바로 그 옆에 누워 있는데도 일렁이는 마음에 아이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곤 한다.
이제는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소중한 존재는 언제나 애틋한 법이니까.
아이가 가끔 뒤척이다가 “이잉” 하며 깰 때가 있다. 이럴 때 아이는 꼭 내가 없어진 것처럼 군다. “엄마 여기 있어”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그제야 다시 이불을 끌어안고 잠든다.
내가 아이를 강물에 띄워 보낸 적이 없는데도 문득 아이가 그립고 마음이 아려 오듯이, 아이도 제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날이 좋아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갔다. 저 멀리 어떤 여자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었다. 아이 시선이 향한 곳으로 나도 얼른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슴이 뛰며 아랫배가 조여왔다.
서둘러 아이에게 다가갔더니 내가 멀리 있을 때는 시야가 수풀에 가려져 있던 곳에 아이 아빠가 서 있었다. 아이와 불과 3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이 아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나도 내 아이를 안으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참 다행이다, 부모와 떨어져 강물에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니어서.
나일 강에 띄워 보낸 히브리 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때마침 파라오 딸이 강에 목욕하러 나왔고 이 아기를 발견했다. 그녀는 아기를 데려가 자기 아들로 삼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애잔할지언정 비장한 슬픔이 되지 않은 이유다. 이 아기는 커서 나중에 우리가 아는 모세가 된다.
아이를 낳은 뒤 나는 자기 아이를 갈대 상자에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낼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부모와 떨어져 갈대 상자에 담긴 채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아이가 없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를 건져내어 따뜻하게 보살피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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