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지켜야 할 유산, 그리고 이어가야 할 가치 - 페라리 12칠린드리 in 인제스피디움[별별시승]
넉넉한 체격, 여유로운 디자인 아래 정교한 움직임 갖춰
더욱 개선된 패키징, 정교한 기술로 모든 기대를 충족해
그러나 여전히 일부 브랜드,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페라리(Ferrari)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지켜왔던 유산인 V12 엔진,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여유롭고 매혹적인 그란투리스모(GT)에 대한 DNA를 담고 있는 새로운 차량들을 선보이고, 또 개발하며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마주한 최신의 V12 그란투리스모, 12칠린드리는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페라리의 새로운 V12 그란투리스모 모델인 12칠린드리는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개됐다.
12칠린드리의 첫 인상은 최근 출시된 페라리의 다양한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페라리는 1950년대와 60년대의 그랜드투어러에서 영감을 받은 모습이라 설명했다. 실제 12칠린드리를 보면, 과거의 페라리 몇 대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12칠린드리는 하이엔드 GT의 매력을 능숙히 드러낸다. 여느 차량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려하고 늘씬한 보닛 라인, 그리고 정교하고 폭발적인 운동 성능보다는 여유로움을 과시하는 클래식한 측면의 실루엣 등이 ‘고유한 존재감’에 힘을 더한다.
다만 이러한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제시한다. 실제 보는 시선, 높이에 따라 12칠린드리는 클래식 V12 그란투리스모에 대한 오마주와 동시에 그 어떤 페라리보다 미래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살짝의 리터칭만 더해지면 ‘사이버펑크 2077’에도 어울릴 모습이었다.
V12 그란투리스모라는 차량의 세그먼트는 많은 부분에서 고려할 것이 있다.
일반적인 세단, 혹은 SUV 등에 비한다면 다소 좁겠지만 여유로운 공간과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고급스럽고 기능적인 요소의 구현, 그리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 등 수 많은 과제가 자리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12칠린드리의 공간은 무척 인상적이다. 실제 페라리 브랜드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에는 스티어링 휠과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공간의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더불어 체격이 제법 큰 차량이다보니, 절대적인 공간의 여유는 물론이고 수납 공간, 그리고 적재 공간 등에서도 준수한 모습이다. 말 그대로 ‘여유로운 여정’을 떠나기엔 충분한 차량이라 생각됐다.
12칠린드리의 핵심은 단연 V12 GT의 계보를 잇는, 최신의 12기통 엔진 탑재에 있다. 9,500RPM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V12 6.5L 자연 흡기 엔진이 보닛 아래, 차량의 중앙쪽으로 한껏 밀어 배치했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830마력(cv)에 이르며 압도적이고 예리한 엔진 반응성에서 피어나는 토크, 그리고 특별한 사운드 등이 12칠린드의 '감성의 영역'까지도 한껏 충족시키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8단 F1 변속기(DCT)와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조합되어 더욱 '순수한 주행의 즐거움'에 힘을 더한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12칠린드리는 정지 상태에서 단 2.9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성능의 여유'를 보유하면서도 쾌적한 주행 경험, 그리고 장거리 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한다.
사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12칠린드리는 제법 큰 체격의 차량이었기에 걱정이 있었다. 바로 ‘주행 중 체감의 영역에서 차량의 체격, 그리고 그로 인한 거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었다.
간단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2칠린드리는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페라리는 페라리다운 ‘극한의 퍼포먼스’를 능숙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 아니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V12 엔진은 상냥해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능숙히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임채원 인스트럭터와 차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겸, 서킷 레이아웃을 복기할 때에는 낮은 RPM, 그리고 꽤나 부드러운 출력 전개를 통해 차량 운전에 대한 부담을 대폭 낮췄다.
이미 기준 이상의 압도적인 성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변속기와 구동계를 갖춘 만큼 인제스피디움의 직선 구간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더불어 달려야 할 때에는 상냥한 모습 대신 기민하게 반응하는 엔진이 운전자를 더욱 자신감 있게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은 ‘일상’에 대한 만족감을 끌어 올리는 부분이다. 게다가 즐거움도 출중하다. 실제 시프트 패들을 직접 조작, 수동 변속 시에는 ‘감성’을 과시하고 빠른 변속 반응, 우수한 직결감 등이 즐거움을 더한다.
실제 꽤나 긴 전장,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12칠린드이는 연이어 펼쳐지는, 그리고 그 정도가 달라지는 코너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며 운전자에게 ‘차량에 대한 신뢰’를 대폭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단점’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체격과 거동’에 대해서는 완벽한 합을 자랑한다. 실제 거동에 있어긴 노즈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스티어링 휠과 전륜의 거리가 제법 먼 편임에도 조향과 동시에 차량이 선회하는 느낌이 살아난다.
게다가 강력한 성능을 너무나 쉽게 억제해주는 제동 성능 탁월했으며 내리막에서의 제동은 물론이고 짧게, 여러번 제동 시에도 운전자에게 확신을 이어가니 ‘자신감’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경험’의 차이 같았다.
실제 어지간한 실수에도, 물리적 한계를 넘지만 않는다면 전체적인 페이스의 급락이 없어도 ‘우수한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비록 짧은 경험이었지만 서킷에서 느낀 매력이 바로 ‘페라리의 경험이자 유산’이라 느낄 수 있었다.
12칠린드리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페라리는 대체 무엇을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2칠린드리를 마주할 때에는 이러한 디자인과 연출이 이해가 되었고, 주행을 마친 후에는 환희에 가까운 ‘만족’에 사로 잡혔다.
처음 말했던 것처럼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의 피스톤을 줄이고 있고, 여러 요소들을 교잡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페라리만큼은 V12 그란투리스모라는 존재와 그 계보를 이어가면 좋을 것 같다.
아니, 이러한 계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서울경제 오토랩 김학수 기자 autola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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