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사랑] 단풍의 향연, 가을 정취 가득 담은 국립자연휴양림

김명종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4계절 중 가을은 생성보다는 소멸의 키워드에 가까운 계절이다. 하지만 다채로운 색으로 온산을 물들이는 단풍은 다음 해를 위한 소멸이라기엔 너무나 화려하고 열띤 풍경이다. 이를 일컬어 한 시인은 '산이 통째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라 했다. 길지 않은 가을, 아름다운 단풍의 찰나를 즐길 국립자연휴양림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먼저, 경기 포천의 운악산자연휴양림은 단풍을 가득 수놓은 병풍 같은 산이 휴양림을 사방으로 감싸고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고 낭만적이다. 경북 울진의 통고산자연휴양림은 진입로부터 산책로, 계곡에 이르기까지 온통 단풍으로 뒤덮여 바로 이곳이 가을의 한가운데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옛날 대가댁 같은 풍모를 갖춘 강원 홍천의 삼봉자연휴양림 한옥 숙소와 어우러진 단풍은 고태미와 한가로운 가을 정취를 풍기고, 강원 철원 복주산자연휴양림의 데크 위로 떨어지는 낙엽 비는 노랑과 빨강, 주황색 물감을 흩뿌린 듯 그 자체로 예술이다. 강원 양양의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온도와 햇빛, 수분이 삼박자를 이뤄 단풍색이 유독 곱고, 산책로에 빨간 단풍이 융단처럼 깔려 걷기에 황홀하다.

충북 단양의 황정산자연휴양림과 경북 영양의 검마산자연휴양림 야영데크는 알록달록한 텐트와 어우러진 단풍의 향연으로 캠퍼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둥근 언덕 같은 산릉선을 하얗게 수놓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나부끼는 억새도 빼놓을 수 없는 가을 볼거리인데, 충남 보령의 오서산자연휴양림과 울산 울주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이런 억새를 보려는 등산객들의 성지로 이름나 있다.

요즘처럼 청명한 날씨에 가까운 국립자연휴양림을 찾아 단풍도 보고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이맘때만 누릴 수 있는 다디단 행복이 될 것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구를 빌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의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맛보시길 바란다.

아울러 공기가 건조하고 낙엽이 쌓여 산불 위험이 고조되는 시기인 만큼 화기 취급에 각별히 주의하는 등 산불예방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린다. 김명종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