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삼성 폰 라인업도 국회가 정하나
삼성전자 스마트폰 분야 수장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이 오는 8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가계 통신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삼성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더 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다고 국회에서 부른 것이다.
정치권의 논리는 이렇다. ‘국민 대부분은 2년 이상 약정을 걸어, 단말기 값과 통신 요금을 합쳐서 통신비로 내고 있다. 통신 요금은 알뜰폰·중간요금제·고가요금제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 스마트폰도 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해져야 한다. 그러니 제조업체가 여러 제품을 출시해달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갤럭시S, 갤럭시Z 폴더블폰 시리즈를 포함해 사실 삼성전자는 매년 세계적으로 10여 종의 스마트폰 신작을 출시한다. 대신 대륙별·나라별 특성에 맞춰 판매 전략을 가져간다. 인도·동남아 등 개도국 시장에는 주로 10만~30만원대 갤럭시M과 F 시리즈가 인기고,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서는 30만~60만원대 중저가폰 갤럭시A 시리즈가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에서 30만~80만원대 중저가 갤럭시 7종을 출시했다. 연말까지 중저가폰 총 9종을 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은 외면하고, 프리미엄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저가 ‘효도폰’ 주 타깃인 어르신들도 요새는 ‘화면이 시원하다’며 갤럭시Z폴드를 찾고, 버벅대는 ‘갤럭시 키즈폰’에 학을 뗀 학생들은 모두 프리미엄급인 애플 아이폰의 충성 고객이 된다. 시장조사 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800달러(약 107만원) 이상 프리미엄폰의 점유율은 64.4%다. 전년 대비 14.1%포인트 오른 수치다. 일각에서는 매년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있고,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중저가폰을 많이 출시 안 하니 당연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애초 중저가 라인업 자체가 없는 애플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 상승(2022년 22%→지난해 25%,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반대로 삼성의 중저가폰 갤럭시M·A 시리즈는 국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개도국을 휩쓸고 있는 샤오미의 30만원대 레드미노트는 아예 존재감이 없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신기술로는 중국에 치이고, 영업이익에서는 애플에 밀리는 위기 상황이다.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은 몇 년째 횡보 중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국내용 중저가폰이 더 필요하고, 정부가 나서서 프리미엄폰 선호 현상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의 전략과 시장의 선택까지 정치권이 개입해서 좌지우지해야 하는가. 중저가폰이 인기가 있다면 기업은 팔지 말라 해도 알아서 출시할 것이다. 그리고 혼낼 거면 애플도 불러서 혼내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한다. 중저가 아이폰을 기다리는 수요도 많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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