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90] 가을에는 무기력을 디톡스하자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10. 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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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힐링의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긴장의 시간인 이들도 적지 않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해 갖가지 시험이 늦가을부터 연이어 있기 때문이다. 시험에 좋은 성과를 내려면 계획만큼 ‘동기부여된 마음’이 중요하다. 동기부여의 반대말을 질문받는다면 무기력이라 하고 싶다. 요즘 무기력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무기력 디톡스’가 필요하다 느껴지는 수준이다.

무기력이 독소도 아닌데 무기력 디톡스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독소가 퍼진 듯 전 지구인의 몸에 일반적인 무기력에 능동적 무기력까지 겹친 상황이다. 번아웃 증후군의 핵심 현상인 무기력은 마음으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마음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무기력은 마음과 몸의 에너지가 동시에 떨어진다. 이를 일반적인 무기력이라 한다면 능동적 무기력은 요즘처럼 대전환의 시기엔 개인과 조직에 변화를 요구하지만 거꾸로 저항이 생기는 마음의 현상을 이야기한다.

무기력한 상황에서 마음을 압박하는 과도한 자기비판과 마인드 컨트롤은 오히려 내 삶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에너지 과잉 소비,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 고갈,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2차 자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무기력 디톡스가 필요한 시대다. 체크 포인트 두가지를 소개해 드린다.

먼저 2차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자기 공감 체크’다. 지금 내가 무기력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뛴 손흥민 선수가 느끼는 피로는 피지컬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툭툭 내 뱉는 ‘난 유리 멘털이야. 루저인가. 다들 열심히 사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어’ 같은 말이 내 마음에 2차 스트레스를 증폭시켜 나를 더 무기력하게 할 수 있다. 지금 느끼는 무기력은 손흥민처럼 나도 내 필드에서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자기비판이 들 때 ‘나는 손흥민이야’라고 외치며 2차 스트레스로 증폭되는 고리를 끊는 자기 공감이 필요하다.

다음은 ‘메모리 체크’다. 하루를 마감할 때 어떤 엔딩 감성으로 마치는지가 메모리 관리에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노력한 날일수록 마음은 지쳐 부정적인 엔딩 감성으로 하루를 마감하기 쉽다. 그런 부정적 기억이 쌓이게 되면 미래를 보는 마인드도 조금씩 부정적으로 틀어져 무기력이 더 증가하게 된다. 엔딩 감성에 크게 도움 되는 것이 ‘미니 브레이크’, 즉 작은 쉼이다. 바쁠수록 3시간에 5분이라도 가을의 정취를 즐기며 차 한잔, 친구와의 공감 소통, 가벼운 가을 산책 등이 하루를 마감할 때의 엔딩 감성을 긍정적으로 바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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