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경제]유행 따라 충동구매…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주식-부동산 등 가격 상승 기대감
사려는 사람 몰려 시장 왜곡 낳아
미래가치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을
● 포모 현상이 가수요 자극
흔히 말하는 수요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제 욕구입니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수를 구매하려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의 필요에 따라 지불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이 시장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수요는 경제의 원동력입니다. 수요가 높아지면 공급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제공하게 되고, 이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수요가 떨어지면 공급은 위축되고,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수요는 시장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수요가 실제 필요에서 기인하진 않습니다. 가수요는 ‘거짓 가(假)’자가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필요하지 않은데도 생기는 수요’를 의미합니다. 반대말은 진짜 수요를 의미하는 ‘실수요’입니다. 가수요는 흔히 말하는 ‘지름신’, ‘플렉스’ 등 내적 충동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한 구매보다 일시적 욕구에 의해 지출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으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래 가격에 대한 예측은 가수요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부정확한 예측이 가격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다수의 소비자나 투자자가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현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 현상은 특히 두드러집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 실제로 집이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질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서둘러 주택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른바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실거주 수요와 무관한 가수요가 발생하고 시장을 더 과열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뛰어들면 주택 가격은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계속 상승하고, 더 큰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실수요보다 더 많은 자산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주식이 갑자기 인기를 끌면, 상당수의 투자자가 실제 가치를 따지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 나도 사야 한다’는 심리로 주식을 사게 되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역시 미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의한 가수요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어느 시장이든 가수요가 증가하면 상품이나 자산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고, 이는 시장 왜곡을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 과열된 시장은 언젠가 조정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많은 사람은 자신이 불필요하게 비싼 가격에 구매한 상품이나 자산을 처분하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시장 가격이 하락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 장기적 필요에 따라 소비·투자 결정해야
그렇다면 우리는 가수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첫째, 진정한 수요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요와 가수요를 구분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구입하려는 물건이나 투자하려는 자산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고 실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주변 상황이나 유행에 휩쓸려 구입하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부동산 같은 고액 자산의 경우,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에 흔들리기보다 실수요에 기반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게 안전합니다. 소비의 경우에도 유행에 따라 산 물건이 일시적 만족을 줄 순 있지만, 장기적 필요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기대와 예측이 시장을 과열시키고, 불안과 공포가 붕괴를 초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 더 많은 사람이 매수에 나서면서 실제로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자기 실현적 예언’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대로 시장에 대한 불안이 퍼지면,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서둘러 팔기 시작합니다. 이때 ‘패닉 셀링’이 발생하면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폭락할 수 있습니다. 불안이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전방위적 공포로 확산되면 광범위한 투자자의 매도로 이어지면서 시장 전체가 휘청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대와 불안은 내적 심리 현상이지만 경제에선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며, 때로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군중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그 마음이 ‘뚝배기’가 아니라 ‘양은 냄비’에 가깝기 때문에 쉽게 달아오르고 빠르게 식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의 결정은 신중해야 합니다. 단기적 유행이나 불안에 의해 내린 결정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본인의 욕구를 성찰하고 미래 가격과 포모 현상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진정한 수요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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