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칡덩굴의 습격…금정산 황폐화 위기

서정윤 2024. 10. 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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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대표적인 생태 교란종인 칡덩굴이 국립공원 지정을 앞둔 부산의 명산, 금정산을 무서운 속도로 뒤덮고 있습니다.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덩굴을 제때 제거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장 K, 서정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자락을 무성하게 뒤덮은 칡덩굴.

얽히고설킨 덩굴 탓에 나뭇잎이 누렇게 말랐습니다.

덩굴 아래는 햇빛 한 줌 들어올 틈 없이 어두컴컴합니다.

["이 밑에서 식물들이 살 수가 없죠. 그늘 때문에."]

키 큰 나무도 덩굴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거 오리나무인데, 가지가 다 죽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전부 다."]

칡덩굴이 확산하면서 금정산 숲은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차욱진/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 "(덩굴에) 덮여 있는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못 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수세(나무의 건강 상태)도 약해질 뿐만 아니라 죽게 되고, 수세가 약해지면 병해충이 쉽게 달려듭니다."]

여름엔 하루 최대 30cm씩 자라나기도 합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칡덩굴은 기후 온난화 탓에 그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유진철/범시민금정산보존회 부회장 : "(덩굴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제가 매일 지켜본 결과 금정산의 한 20~30% 산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봅니다."]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덩굴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덩굴의 생장력에 비해 이를 제거할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금정산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의 숲 관리 인력은 모두 14명뿐.

이마저도 덩굴 제거에만 매달릴 수 없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다섯 분이 계시는데 금정산에만 계시는 게 아니고. 이 70대 다섯 분이 전체를 관리하기가 지금은 힘들거든요."]

상황이 이런데도 금정산 관할 자치단체의 산림청 지원 예산은 더 줄고 있습니다.

동래구만 지난해와 같은 867만 원을 지원받았을 뿐, 북구는 173만 원, 금정구는 단 86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90%나 삭감됐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예산이 많아야지 민원인분들한테 ‘바로 제거하겠습니다'하고 바로 제거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민원을 많이 받거나 그런 곳 위주로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 같아요."]

동·식물 1,000여 종이 분포해 생태계 보전 가치가 높다며 부산에선 처음으로 국립공원 지정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금정산.

생태 보전을 위해서는 실태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현장 K, 서정윤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김소연

서정윤 기자 (yu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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