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절 열쇠 '마이크로RNA'…"암·난치병 치료에 활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나확진 기자 =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빅터 앰브로스와 하버드 의과대학의 게리 러브컨 교수는 '마이크로RNA'(microRNA)를 처음 발견한 학자들이다.
마이크로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리보핵산(RNA) 분자(small RNA)를 일컫는다. 세포 내에서 특정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스위치처럼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해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7일 의학계에 따르면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국제학술지 셀(Cell)에서 꼬마선충의 발생 과정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작은 RNA 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게 최초의 마이크로RNA 발견이었다.
그는 당시 논문에서 꼬마선충의 정상적인 유충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lin-4)가 다른 단백질(LIN-14)과 상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기능을 억제한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lin-4' 마이크로RNA의 이런 역할은 꼬마선충에만 존재하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7년 후인 2000년에 앰브로스 교수의 동료인 러브컨 교수가 꼬마선충에서 두 번째 마이크로RNA인 'let-7'을 발견하고 그 기능을 추가로 밝히면서 마이크로RNA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이후 마이크로RNA가 포유동물에도 존재하는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초파리, 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체에서 마이크로RNA가 대량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마이크로RNA 유전자는 예쁜꼬마선충에서 약 200여개, 사람에서 2천여개 정도다. 식물에서는 애기장대와 벼에서 각각 300여개, 700여개가 보고됐다.
마이크로RNA 관련 노벨상 수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미 2006년에 'RNA 간섭현상'(RNAi)을 처음으로 발견한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크레이그 C. 멜로와 스탠퍼드대 앤드루 Z. 파이어 교수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기존의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서 생각할 수 없던 유전자 조절방식을 찾아낸 성과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었다.
이 노벨상의 단초가 된 게 바로 앰브로스, 러브컨 교수의 마이크로RNA 관련 연구성과다. 첫 발견이 가지는 과학적인 공로가 18년 만에 빛을 본 셈이다.
김성수 경희대 명예교수는 "앰브로스, 러브컨 교수가 마이크로RNA를 처음 발견한 공로가 있다면, 멜로와 파이어 교수는 마이크로RNA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마이크로RNA의 기능 조절을 통해 모든 유전자의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지 않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만 억제하는 방식으로 유전병, 암, 바이러스질환 등에 이용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장수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교수는 "두 교수가 암, 심혈관질환,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RNA의 기능 조절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뇌졸중, 모야모야병, 뇌퇴행성 질환 등에 마이크로RNA 발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마이크로RNA는 아직 상용화된 게 없지만 발생과 정상세포의 생리학적 기능, 암과의 연관성도 점차 알아가고 있다"면서 "현재 심장 질환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응용연구를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새로운 항암제 등의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io@yna.co.kr,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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