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연임 유력…‘아랍의 봄’ 10여년 만에 ‘독재’ 퇴행
대선 기간엔 야권 압박도
‘아랍의 봄’ 발원지인 아프리카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66·사진)이 대선 출구조사 결과 연임할 것으로 전망됐다. 6일(현지시간) 튀니지 일간 라프레세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시그마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무소속 사이에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89.2%였다. 경쟁 후보인 아야치 잠멜 아지문당 대표와 주하이르 마그자우이 인민운동당 사무총장의 득표율은 각각 6.9%, 3.9%에 그쳤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대선 투표율은 27.7%였다. 이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민주주의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투표율 가운데 가장 낮다.
선관위가 사이에드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면 그는 올해 말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튀니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국영TV에 출연해 “이것은 혁명의 연속이다. 우리는 부패자, 반역자, 음모자를 청산하고 나라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멜 대표와 마그자우이 사무총장의 선거캠프는 “실제 결과는 출구조사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난 2011년 23년간 집권한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후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헌법학자 출신의 사이에드 대통령이 2019년 10월 집권한 후 독재 정치를 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부패와 무능 척결을 명분으로 2021년 이른바 ‘명령 통치’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고, 2022년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과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 군 통수권까지 부여하는 개헌을 추진해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야당인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를 비롯해 아비르 무시, 이삼 체비 등 정부에 비판적인 주요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이 다양한 혐의로 투옥됐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선관위는 지난달 유력한 대선 후보 3명을 실격 처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2위를 득표한 잠멜 대표는 후보 추천 서류에 유권자 서명을 위조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지난달 구금됐다.
선거가 치러진 이날 수도 튀니스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은 시위대 일부는 사이에드 대통령을 ‘법을 조작하는 파라오’라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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