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위메프 돈으로 큐텐 주식 매입

위메프 인수 후 50억 빼돌려
검찰 “대금 정산할 돈 유용”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한 이후 위메프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큐텐 주식을 자기 명의로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위메프가 판매대금 정산 등에 사용했어야 하는 금액이라고 보고 구 대표 등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검찰의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큐텐 싱가포르 본사는 지난해 6월 위메프로부터 50억원을 받아 구 대표 명의로 500만달러(약 67억2000만원) 상당의 큐텐 주식을 투자회사 ‘메티스톤글로벌 제일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메티스톤)’로부터 매입했다.

앞서 구 대표는 2017년 메티스톤이 큐텐 본사에 416억6400만원가량 투자하는 조건으로 이들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은 상품을 특정 시점·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다. 이 풋옵션 계약에는 큐텐이 2020년 말까지 상장되지 않으면 메티스톤이 보유한 큐텐 본사 주식을 구 대표가 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큐텐은 결국 상장에 실패했고, 구 대표는 메티스톤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구 대표는 큐텐이 2022년 10월 채권자 앵쿼티파트너스로부터 대여금 250억원을 지급받자마자 이 중 20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다음 개인 자금과 합쳐 500만달러 상당의 큐텐 주식을 우선 매수했다. 그 이후에도 큐텐이 상장되지 않자, 구 대표는 메티스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메티스톤 보유 큐텐 주식 66만4280주를 500만달러에 추가 매수하기로 하면서 위메프를 통해 주식 매입대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구 대표는 자신이 내야 할 주식 매입대금을 우선 큐텐 본사가 내도록 하고 부족해진 큐텐 본사의 자금은 위메프로부터 받아 메우는 방식을 취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6월30일 그룹의 재무를 책임지는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큐텐의 자금 500만달러를 메티스톤에 먼저 송금토록 하고 나흘 뒤인 7월4일 위메프에 자금 50억원을 큐익스프레스 운영 지원을 위한 선급금 명목으로 큐텐에 보내도록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