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휴전” 외치는데 “싸우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땅굴 파괴·가자지구 난민촌 등 공습
해리스 “이스라엘에 압박 계속…안보 지원은 미국의 의무”
가자지구 전쟁 1년을 맞아 이스라엘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땅굴을 파괴하는 등 레바논 지상전을 확대했고, 가자지구 폭격을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일(현지시간) 레바논 접경 지역에 있는 군사 기지를 방문해 고위급 군 당국자들에게 “싸우자”고 말하며 전선 확대를 불사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포함한 일대에서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신의 도우심으로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며 함께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북부 마나라·이프타·말키아 지역을 폐쇄 군사구역으로 지정하고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설정한 일종의 국경인 ‘블루라인’ 근처 마을들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0일 블루라인 너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뒤 차례로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작전 지역을 넓히고 있다. 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공격의 거점으로 사용했던 땅굴을 급습해 조직원 수십명을 사살하고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헤즈볼라 정예부대인 라드완의 대전차 미사일 분대를 제거하고 부비트랩을 확인해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서도 공습이 이어졌다.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이슬람 사원과 학교도 폭격을 받아 최소 24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희생된 이스라엘인들의 유가족들은 7일 텔아비브의 행사장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안보 실패 등을 규탄하며 당국 주최 행사와 별도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 한 유족은 로이터통신에 “정부 추모식에서는 그날의 과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네타냐후 정권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여러 도시에서도 가자 전쟁 1년을 맞아 친이스라엘 및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렸다. 친이스라엘 시위대는 하마스를 규탄하며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운집한 수백명은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라” “모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선 수천명이 의회 앞을 행진하며 이스라엘과 단교할 것을 요구했고, 호주에서도 수천명이 참석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연 이슬람 정당 자마트 이슬라미는 “미국에 테러리스트(이스라엘)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세계를 깨우기 위해서”라고 시위 주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평화를 가져오며 이 지역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기 위해 세계는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에도 전쟁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기 길을 걷고 있는데, 미국의 영향력은 없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과 관련해선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을 생각할 때 이런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미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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