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달군 ‘김건희 국정농단’ 공방

이보라·유설희·박하얀·신주영 기자 2024. 10. 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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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나와…당당히 악수 청하는 이진숙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에게 증인선서문을 전달한 뒤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됐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야당이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자 이날 오후 국감에 출석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내달 1일까지 22대 첫 국정감사
관저 불법 증축·공천 개입 등
첫날 상임위마다 의혹들 쏟아져
야 “중대한 범죄, 탄핵감” 공세
여 “이재명 신속재판하라” 역공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폈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는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맞대응했다.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10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국감은 다음달 1일까지 17개 상임위에서 피감기관 802곳을 상대로 실시된다.

행안위 국감에서는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증축을 담당한 업체가 김 여사와의 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부와 졸속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관저 증축 담당 업체인) 21그램은 대통령 관저 공사에 수의계약으로 참여한 인테리어 업체이고,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 후원사로도 이름을 올린 업체”라며 “김 여사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도 “혈세가 투입된 관저 공사를 김 여사가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국정농단’이다.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거들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느냐”고 묻자,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김 여사가 추천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꼼꼼하게 준공 검사를 못한 건 사실이지만, 업체 계약에 문제는 없었다”며 “(관리 부실에 대해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토위에서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 일가가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바뀐 노선에 김 여사의 친정과 관련된 땅이 무려 29개 필지가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6월부터 도로국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노선 변경에 관한 사안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고 특혜 정황을 제시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로 노선이 하루아침에 특정인의 이해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과 증축을 총괄했던 김 전 비서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지원한 일도 소환됐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책임자인 김 전 차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방임을 조장, 지시했던 분이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따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인사하는 파트에서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법사위 국감장에서는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2심 판결문에서 김 여사 명의 계좌를 종합해보면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대선 기간 동안 3억원 들인 여론조사를 했고 그 보답으로 김영선 의원 공천을 했다는 것”이라며 “탄핵감인 중대한 범죄다. 법사위에서 청문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위 국감에서는 김 여사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의 국악 공연 ‘황제 관람’ 의혹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KTV가 공연 장소 사용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 신청서를 문체부가 허가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에서 황제 관람이라고 매도하는데 황제 의전의 끝판왕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여당은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구형한 이 대표 관련 수사와 재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위증에 의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그로 인해 지금 정치적 생명이 연장된 것”이라며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가중 사유가 두 개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공직선거법 사건 1심은 6개월 안에 선고되는 원칙이 있는데, 이 대표 관련해선 799일 만에 이뤄진다”며 이 대표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이 대표가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 변경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이런 사례는 내가 (판사 시절) 재판하면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보라·유설희·박하얀·신주영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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