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결정 한 주 전에도 “2차 투표 과반”…외교부의 ‘판세 오판’,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정희완 기자 2024. 10. 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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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 재외공관 공문 공개
여당 “비밀문서 유출 조사를”

외교부가 지난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과정에서 득표 판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유치 결정 일주일 전에 작성한 문서에 부산이 유치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이 담긴 것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2030 엑스포 유치 도시가 결정되기 일주일 전 판세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이 문서는 3급 비밀로 지정돼 재외공관 등에 전달됐다.

문서에는 “1차 투표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며,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을 득표해 유치에 성공할 것” “사우디 측 주장과 같이 사우디의 120표 이상 확보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의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는 1차 투표에서 119표를 얻어 넉넉하게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은 29표에 그쳤다.

김 의원은 이 문서를 근거로 “판세를 잘못 분석한 책임에서 (외교부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그것을 제가 부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래도 외교부가 29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치 실패를 예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공문은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급 비밀 입수 과정에서 절차를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문서가 만들어진 시점에서는 보안을 지킬 실익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실익이 없다”며 “더구나 부산 엑스포 유치 외교는 참사 중에 참사인데 비밀이 몇 등급이니 이를 지켜야 한다는 건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건 끝에 담긴 ‘보호기간 : 2024년 6월30일 일반으로 재분류’라는 예고문을 근거로, 현재는 기밀이 해제됐기 때문에 “더는 보호 대상 문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보호기간이 종료됐다고 해서 보호 이익이 자동 상실되는 것인지, 별도 해지 절차가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장관도 문건의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조 장관은 김준형 의원이 “문건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답변드리기 전에 이 문서를 어디서 입수하셨나”라고 되물었다. 조 장관은 또 “3급 비밀문서를 어떻게 (입수했나)”라며 “(유출은)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국감 질의장에서 장관이 의원 질의에 ‘그 자료 어디서 입수했냐’고 따져 묻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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