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답 없는 증인들…국감 첫날부터 뜬 ‘동행명령’ 무용지물
민주당 행안위 위원 3명, 업체 찾았지만 명령장 전달엔 실패
강제력 없어 처벌 어려워…야, ‘제도 강화’ 법 개정 시도 전망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여야가 격돌한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는 동행명령이 쟁점이 됐다. 매머드급 규모의 증인들을 채택했으나, 주요 인물들이 출석을 회피하면서 이들을 불러내기 위한 동행명령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행정안전부 등을 상대로 한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자, 이들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21그램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 업체였다. 대통령 관저 공사와 관련된 의혹들에 연루돼 있어 야권의 공세가 예상됐다.
동행명령이란 국감이나 국정조사의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부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위원회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면 국회사무처 직원이 명령장을 들고 대상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집행한다.
민주당 등 야 3당 행안위원들은 이날 명령장 집행관과 함께 서울 성동구에 있는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명령장 전달에 실패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21그램 관계자들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상대 국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토위는 두 사람과 함께 원담종합건설 대표 황모씨 등 관저 증축 관련 증인에 대해 오는 24일 국회에서 열리는 종합감사 출석을 다시 요구키로 했다. 이때도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은 물론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동행명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검토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직무 정지를 사유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동행명령 필요성이 언급된 것이다. 야당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자 이 위원장은 오후 국감에 출석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법사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출석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대로라면 국회는 국감 출석을 회피한 이들을 형사고발할 수 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을 실제 적용할 때는 여러 제한이 발생한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동행명령장은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고 해석한다. 불출석 이유가 정당한 것으로 해석되면 빠져나갈 여지가 있고, 동행명령 거부에 따른 처벌도 대상자 측이 명령서를 수령하지 않았다면 적용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될 당시에도 동행명령의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야권에서는 동행명령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하·이보라·박하얀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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