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협약 체결

윤 대통령·마르코스 정상회담
대북 대응 등 안보 협력 강화

양국의 발전을 ‘위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국빈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마닐라 | 김창길 기자

필리핀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한국과 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한·필리핀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49년 수교한 이래 75년이 흐르는 동안, 양국이 공식적으로 양자 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관한 정상 차원의 공동 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했으나 안전 우려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바탄 원전 건설 재개를 추진해왔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올해 체코 원전 신규 건설 우선협상자 선정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원전 수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 MOU 체결 성과를 나열한 뒤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여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달러(약 1조3487억원)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한국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DCF는 공적개발원조(ODA)의 한 형태다.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발전 지원을 위해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을 말한다.

양국 정상은 대북 대응 및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관해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과 함께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필리핀과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한국과 필리핀이 함께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닐라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