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성장 상충 안 해…저소득층 지원 확대를”

송진식 기자 2024. 10. 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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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2차연도 성과 공개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중구 DDP에서 열린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의 특별대담에서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왼쪽),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오른쪽)와 대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추진 ‘가구별 소득보장’ 정책실험
탈수급 비율·가구 근로소득 증가 등 제도 효과 ‘뚜렷’

통역일을 하며 고령의 어머니(83)를 부양하는 A씨(38)는 코로나19로 일이 줄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간 모아둔 돈과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국민연금이 수입의 전부였다. 그는 2022년 ‘서울디딤돌소득’ 수급자로 선정되면서 매달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지원금으로 생활비와 어머니 의료비를 충당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올 들어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디딤돌소득 수급자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중증지적장애 자녀를 키우는 B씨(46) 가족은 ‘위기가정’이었다. 남편은 낮은 신용도와 잦은 이직으로 수입이 불안정했다. 자녀의 치료도 포기한 채 B씨가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해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거주지 보증금과 불안정하나마 남편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복지 혜택에서 제외됐다. 그는 지난해 디딤돌소득 지원 가구로 선정된 뒤 아이 재활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최근엔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디딤돌소득이 시행 3년차를 맞은 가운데 수급 가구의 ‘탈수급’ 비율이 증가하고, 근로소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디딤돌소득은 기준중위소득의 80% 이하 저소득 가구에 매월 일정액(1인 가구 기준 최대 98만원)을 최대 3년간 지급하는 서울형 소득보장 정책실험이다. 2022년 오세훈 시장 취임 후 도입됐다.

7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디딤돌소득 지원 전후 가구의 소득 및 지출 변화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에는 디딤돌소득 수급 153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담겼다.

집계 결과 디딤돌소득 지급 첫해(1차 연도)의 경우 지원 대상 477가구 중 23가구(4.8%)만이 수급자 자격에서 벗어났다. 지난해부터 지급이 시작된 2차 연도 지원 대상에는 1차 연도 해당 가구 중 수급 자격을 벗어나지 못한 가구들과 새로 포함된 가구 등 총 1533가구가 선정됐다. 2차 연도에는 이들 1533가구 가운데 132가구(8.6%)가 탈수급에 성공했다. 탈수급 가구 비율만 놓고 보면 1년 새 약 50%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지원 가구의 근로소득도 늘었다. 1차 연도에서 근로소득이 증가한 대상이 104가구(21.8%)였던 데 비해 2차 연도에는 476가구(31.3%)로 크게 확대됐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실장은 “디딤돌소득은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고, 일할수록 가구소득이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며 “수급 자격 박탈 등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대상 가구들이 능동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가구 삶의 질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이들 가구의 식료품, 의료, 저축 등 필수재화 지출 비용을 유사한 소득 수준의 비지원 가구와 비교한 결과 식료품 지출은 7.1%, 의료비 지출은 18.9% 더 높았다. 저축 역시 지원 가구가 11.1% 더 많았고, 교육·훈련비 지출은 72.7%나 더 높게 나타났다.

정 실장은 “고령자·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지원금)으로 근로를 조금 줄이고, 그 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박사과정에 있는 한 가구 역시 논문 작성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등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서울디딤돌소득의 2차 연도 성과를 공개하고, 소득 격차 분야와 불평등 분야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정책을 평가하는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이 열렸다.

특별대담에 나선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의 2차 연도 성과를 통해 탈수급률과 고용률을 높이면서 동시에 저소득층에 현금 지원을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불평등 해소’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목표가 상충되지 않고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같은 정책 지원 대상을 보다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디딤돌소득은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 없이 어려운 시민들을 보듬을 수 있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내년 하반기쯤 제도의 전국화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하기 위해 전국화에 따른 예산 추계 및 재원 마련 방법 등 다양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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