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상임이사에 ‘윤 대통령 가족’ 법률대리인의 누나 선임 논란

정희완 기자 2024. 10. 7. 20: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당, 손정미 코이카 상임이사 ‘전문성’ 부족 지적
윤 대통령과 장모 대리인 활동한 손경식 동생
코이카,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 “소모적” 판단
제출한 자료도 부실…야당 “고발 조치해야”
손정미 한국국제협력단 이사가 지난 9월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네바 협약 75주년 기념전 ‘디지털 딜레마-위기 혹은 기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손정미 상임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심사결과표 등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이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장모 최은순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의 누나다. 야당은 손 상임이사의 전문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그의 선임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 상임이사는 관련 분야에서 25년 이상 활동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손 상임이사 선임 과정의 심사결과표와 최종 후보 10명의 이력서를 지난 7월부터 요구했으나 코이카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손) 변호사는 회고록에서 대통령과의 추억을 굉장히 소중하게 언급했다”라며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대통령의 장모, 김건희 여사의 어머니를 변호한 덕에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관련한 심사평가표는 국회에 제출됐다는 점도 언급하며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그는 “의혹을 단정하기 위한 게 아니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손 상임이사는 지난해 12월 선임됐다. 코이카 상임이사는 공모를 통해 후보를 모집한 뒤, 상임이사추천위원회가 몇 명을 추천하면 이사장이 최종 임명한다. 이번 공모에서는 최총 후보 10명 가운데 손 상임이사 등 2명을 선발했다.

야당은 손 상임이사가 국제협력개발과 공적개발원조(ODA) 업무에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손 상임이사가 지난해 5월부터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글로벌협력관으로 7개월 동안 재직한 것 외에 눈에 띄는 업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손 상임이사는 2020~2023년 청주대 교양대학 겸임교수 및 글로벌통상학부 조교수를 지냈고, 2010~2020년 충북도청에서 외자유치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다른 상임이사 3명은 모두 외교부나 코이카에서 수십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 의원은 “손 상임이사는 다른 상임이사와 달리 경력이 낯설다”라고 말했다. 차지호 민주당 의원도 “코이카의 국제개발은 극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핵심 의사결정 그룹이 역량이 없으면 수조 원의 세금이 낭비될 뿐 아니라 오히려 현장에 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 상임이사는 “그간 공직과 대학에서 국제협력과 ODA 사업에 대해서 25년 이상을 일해왔기 때문에 지원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라며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코이카 발전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의 답변도 논란이 됐다. 장 이사장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추천받은 인사 범위 내에서 저의 책임과 판단하에 임명했다”라며 “적법하게 이뤄진 이사장의 임명권한 행사에 대해 일부 불만을 가진 인사들의 제보만으로 문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되는 건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코이카가 7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손정미 상임이사의 심사결과표. 이재정 의원실 제공

장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을 보면,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명백하다는 게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무원은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장 이사장의 답변은 근본적으로 국회증언감정법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발언”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에 대해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이카는 이날 오후 이 의원에게 상임이사 선임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손 상임이사의 면접 점수만 공개했다. 다른 9명 후보의 점수와 후보추천위원이 매긴 점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가렸다. 이 의원은 자료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장 이사장은 “법적 검토한 결과 후보자 개인의 동이 없이 자료를 제출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내부 검토 거쳐서 최대한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배 의원은 “법제처의 확립된 의견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자료 제출이 요구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핑계로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증언감정법이 우선이라는 것”이라며 장 이사장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