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통령의 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녀 앨리스는 ‘파티 걸’로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정치인과 결혼했지만 다른 정치인과의 불륜으로 자식도 낳았다. 당시 풍습과 달리 바지를 입고 담배를 피우고 옥상에서 춤을 췄다. 아버지는 공화당인데 딸은 한때 민주당에도 가입했다. 그래도 “시원하고 개방적”이라며 그녀를 응원하는 국민도 있었다.
▶앨리스는 1905년 조선을 방문했다. 을사늑약 체결 직전이었다. 고종은 일본 만행인 명성황후 사건을 고발하려 앨리스를 홍릉에 데려갔다. 승마를 즐겼던 그녀는 왕실이 신성시하던 석상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조선에 있던 한 외국인은 “그녀의 망나니짓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는 국정과 딸 보살핌 둘 중 하나는 해도, 둘 다는 못 한다”고 했다. 그녀는 1980년 96세로 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대선 전날인 2017년 5월 8일 광화문 유세 때였다. 다혜씨는 자신을 “문빠 1호”라고 소개하며 “아이들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대선 직후에 아버지가 소속된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에 가입했다. 그즈음부터 평범한 주부라던 그녀의 다양한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방문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모디에게 “세계 요가의 날을 축하한다”는 트위터를 보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다혜씨가 요가 강사를 하고 있었다. 그 후 다혜씨는 한국 집을 팔고 태국으로 이주했다. 2019년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이 반일(反日)을 하면서 딸은 일본에 유학 보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말부터 청와대 주변에선 “다혜씨가 태국서 돌아와 청와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다들 쉬쉬했다.
▶문 대통령은 딸로 인해 퇴임 후 계속 화제가 됐다. 평산마을 책방과 ‘굿즈’ 사업들은 다혜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는 “전직 대통령이 수익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사위의 특혜 채용, 김정숙 여사가 친구를 통해 딸에게 5000만원을 보낸 것, 대통령 자서전 디자인비로 2억원을 받은 것 모두 다혜씨와 관련된 일이다.
▶지난 5일 새벽 다혜씨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4% 인사불성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그녀의 차는 문 대통령이 2021년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구입해 딸에게 준 것이지만 다혜씨는 과태료를 체납했다. 대통령들에게도 자식은 행복이겠지만, ‘자식이 웬수’가 되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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