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붉어지는 설악, 즐거운 단풍산행에 안전은 필수

기자 2024. 10. 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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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이 국민의 삶과 추억 속에 자리한 지도 어느덧 57년이 됐다. 흔히 산을 인생사에 비유한다. 오르막, 내리막이 번갈아 온다. 오를 땐 힘이 들지만 정상에 섰을 때의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결코 오를 수 없는 것이 산이다.

지난해 3945만5363명이 국립공원을 찾았다. 이는 국립공원이 우리 국민이 쉼을 얻고, 힐링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국립공원을 지속 가능한 국민의 소중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자연보전과 공원시설 설치 및 관리, 자연공원 청소,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조사와 생태복원 등에 힘쓰는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있다.

설악산은 다섯 번째 국립공원이다. 세계적으로 그 보존 가치가 인정돼 1982년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개 높은 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설악의 관문처럼 버티고 있는 울산바위는 병풍이 산에 박힌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면 더 아름다운 설악산은 단풍 소식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전한다. 지난해 224만2781명이 설악산을 찾았고, 그중 43.2%인 96만8668명이 9월부터 11월 사이에 다녀갔다.

폭염으로 늦어진 설악산 단풍은 수줍은 듯, 붉게 물든 얼굴을 하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단풍이 기암괴석과 함께하니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들 울음소리,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스님들 불경 소리가 어우러지며 고단한 세상일을 잊게 한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이 최근 크게 늘어남에 따라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비법정 탐방로인 ‘샛길’ 이용은 낙상의 위험이 있고, 통신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탈진·탈수 등 사고 발생 시 구조 시간 지연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산악사고의 대부분은 산 중턱이나 정상 부근에서 발생한다. 올라갈 때는 체력적 여유가 있어 잘 올라가지만 하산할 때는 체력의 소모가 더 많아 하산하는 오후 시간에 사고가 집중된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 코스를 선택해야 하고, 큰 일교차에 대비하는 여분의 옷, 비상식량과 랜턴, 보조배터리, 상비약품을 필수적으로 소지해야 한다. 아울러 조난사고에 대비한 다목적위치표지판 숙지, 2인 이상 동반 산행, 음주 및 야간 산행 금지 등 안전수칙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단 직원들은 오늘도 탐방객들에게 이를 당부하며 환경과 인명 파수꾼이 되어 설악산을 지키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고 산을 지키는 것은 국립공원공단과 탐방객의 몫이지만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책임은 온전히 탐방객에게 있다.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단풍으로 물든 설악산에서 즐거운 가을 산행을 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자연보호에도 동참해 국립공원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자.

정춘호 설악산국립공원 백담분소장

정춘호 설악산국립공원 백담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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