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다움’ 살린 로컬리즘으로 지역소멸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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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시대에 로컬리즘(지역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역에서 공동체 쇠락을 막을 해법을 찾자는 로컬리즘은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도시 역시 지역성과 세계성이 공존(글로컬리즘)한다.
로컬리즘을 통해 지역소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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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지향·재미 결합 글로컬 도시로
지역소멸시대에 로컬리즘(지역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역에서 공동체 쇠락을 막을 해법을 찾자는 로컬리즘은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원칙론에 가깝다. 그동안 로컬리즘이 뿌리 내리지 못한 이유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워낙 강력했던 탓이다. ‘먹이(일자리)가 없어 서울 왔더니 둥지(집)가 없어 알(결혼·출산)을 낳지 못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로컬리즘은 서울이 인구·경제·문화를 독점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다. 수도권 구심력을 해체해 균형발전과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려는 원심력이다. 국제신문이 창간 77주년 기획 ‘로컬리즘으로 Re : Busan’을 시작하는 이유다.
지역성은 골목경제를 살리는 동력이다. ‘00길’로 명명된 골목상권이 대표적인 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가 진단한 전국 골목상권 217곳 중 서울엔 3분의 1가량인 74곳이 밀집해 있다. 육군중앙경리단이 있던 서울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이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다. 부산에선 전포카페거리(부산진구) 흰여울문화마을(영도구) 해리단길(해운대) 빵천동(수영구) 부산대역 1번출구(금정구)가 로컬 콘텐츠 생태계와 어울려 앞서가는 골목상권으로 꼽힌다. 설국(雪國)으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현은 눈을 이용해 사케를 저온 숙성하는 고유의 공법이 소문나 관광지로 떠올랐다. 부산에서도 어묵에 상상력을 입혀 성공한 기업이 상당수다. 대전은 유명 빵집 성심당이 이름나면서 지난달 28, 29일 열린 ‘대전빵축제’에 14만 명이 다녀갔다.
역사성과 문화적 특징이 풍부해도 지역성을 산업화까지 이르게 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지속적인 브랜딩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장기적인 후원이 전제돼야 한다. 민간의 창의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어디서 본 듯한’ 아이디어로는 지속하기 어렵다. ‘부산다움’이 ‘재미’와 결합해야 대중화에 성공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로컬리즘에 바탕을 둔 다양한 시도들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서울 모방이었다. 의미 없이 지역 정체성을 소비했다거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부작용만 낳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지역성의 본질은 장소성과 함께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삶이다. 동네상권 하나 설계할 때도 ‘부산성’을 놓쳐선 안 된다. 공공재산인 해안가에 아파트 허가를 남발하는 행정은 지역성의 가장 큰 적이다.
부산은 풍부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갖춰 장소나 사업 아이템에 상관없이 브랜딩하기 안성맞춤이다. 일과 휴가의 합성어인 부산형 워케이션(work+vacation) 참가자 80%가 2030세대라는 점은 사포지향(바다·강·산·온천)이 재미와 시너지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도시 역시 지역성과 세계성이 공존(글로컬리즘)한다. 골목마다 경관과 문화를 입히고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려는 노력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부산 인구 330만 명대가 무너졌다. 로컬리즘을 통해 지역소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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