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과학자의 대우
최근 정부는 이공계 석·박사 과정생들에게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국가 R&D 예산 삭감으로 이공계 연구자들의 사기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대학교수로서 잠시나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심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 혹은 박사후(Post-Doc.) 과정에 있는 연구원들은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불안 요소를 약간이나마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번 추석과 연휴 기간에 필자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 대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했다. 하반기 공채와 대학원 모집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대학원 진학을 우선 권장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를 받으면 개인적인 영광일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광도 되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올해 그 마음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대학원을 정말 조심스럽게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음 두 가지 상황이 예전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필자가 있는 지역대학(필자는 지방대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이 느끼는 상당한 위기감이다. 대학부터 수도권(서울·경기지역)으로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문제이지만 대학원 졸업자들이 취업할 모든 대기업의 R&D 센터나 연구부서가 수도권(평택 이상, 조금 확대하면 대전 이상)에 집중되고 있다. 당연히 지역대학을 졸업한 연구 인력들은 고급 R&D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석사까지는 몰라도 박사 과정은 이제 지역대학의 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모든 분야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지만, 특히 이공계 석·박사 인력의 집중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욱이 의대 증원에 따라 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과 이공계 대학원 진학은 상당히 우려된다. 이런 상황으로 최근 지역대학 교수들의 수도권 이직이 상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더욱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적극 권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공계 과학자의 대우이다. 한국형 스타이펜드을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과학자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보상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상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되면 기본 수학 과정 6년이 걸리고 박사 후 과정까지 더하면 10여 년이 소요된다. 조금 지체되면 12, 13년이 걸린다. 즉 학사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동기보다 직장 생활을 약 10~15년 늦게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수입이 상당히 늦게 시작되는 것이다. 필자 시대에는 석·박사 과정에 등록금, 생활비 보조 자체가 없었다. 부모님의 경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로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도교수들이 지원해 주고 있지만 직장 생활을 먼저 시작한 동기들보다 전생애(全生涯) 총수입 면에서 격차가 계속 벌어지게 된다.
이 격차는 요즘 더욱 극복하기 힘들다. 대기업의 임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작년 모 자동차의 대졸 초임은 성과급 포함 약 9500만 원, 과장급은 약 1억4000만 원이라고 한다.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연 1억 원 이상의 수입 차이가 나고, 박사과정을 마치게 되면 약 10억 원 이상의 총수입 차이가 나게 된다. 수입이 없어 결혼도 늦게 하게 돼 학위를 받은 뒤 무주택으로 시작하고, 결국 직장 생활 중 상당 기간을 주택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게 현실이고, 이를 알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을 적극 권유하기가 힘들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이 되고 국가의 부가 과학기술에서 창출되고 있는 시대에 최고급 과학 인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한국형 스타이펜드를 실행하는 이 시점에 젊은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꿈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파격적 대우와 이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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