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낙동강 인근 주민 절반 독소 유전자 검출"
낙동강 인근 주민 등 102명 조사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4대강사업으로 발생한 낙동강 녹조로 인근 주민 2명 중 1명의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mcyE)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환경단체들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독소 유전자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8개 콘크리트 보가 들어선 낙동강은 현재 흐르지 못해 참극을 겪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외에서 우려한 우리나라 강과 호수의 녹조 대발생에 따른 환경 재앙이 현실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20일부터 9월12일까지 낙동강 중·하류 권역 어민과 2㎞ 이내 주민·농민 등 92명, 현장조사 참여 활동가 10명, 총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활동가들은 8월19일~20일 낙동강변에서 약 4시간 이상 체류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연구 총괄을 맡았으며 이승준 국립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분석 총괄을,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이 연구 자문했다.
연구진들이 현장 방문을 통해 비강과 비인두 시료 채취를 한 결과, 낙동강 권역 거주자 17명 중 10명(58.8%)에게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 중 어민은 9명 중 5명(55.5%)이었으며 주민·농민은 4명 중 2명(50%)에게서 검출됐다. 반면 낙동강에서 일정 시간 체류한 타 지역 거주자는 4명 중 1명(25%)만 검출됐다.
연구진은 "녹조 우심지 부근 체류에 따른 영향으로 추정된다. 1차 분석 결과 데이터 범위가 넓지 않아 정량적 객관화에 일정 정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사람 코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것은 유해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녹조가 번성한 시기에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남세균 검출 대상자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녹조 번성 시기에 작업 후 3일 이내 발생한 급성 증상으로는 재채기 8명(73%), 콧물 6명 (55%), 코막힘·눈 증상 5명(45%) 순으로 많았다. 이 외에도 두통(3명), 열감(1명), 호흡곤란(1명) 등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세균이 단세포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에어로졸에 대한 위해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해외 연구에서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에어로졸에서 더 많은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며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와 파킨슨병 등 뇌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실제 인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위해성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단체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단체는 "조사 결과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남세균의 인체 유입 증거이자 국가가 방치한 녹조 문제가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며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며 전문가와 전문환경단체가 실증적으로 분석한 조사 결과를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환경부는 금강, 낙동강 측정 결과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환경부 발주 용역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는 녹조 독소 에어로졸의 위해성이 높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공기와 먹거리 등 우리 환경 곳곳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에서 학술적으로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지 13년이 됐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강이 아프면 사람이 병든다는 것도 당연한 상식이다.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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