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휴대폰 일괄수거’ 학칙, 인권침해 아냐”···인권위 10년 결정 뒤집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7일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것을 명시한 학칙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가 지난 10년 동안 ‘학교 내 휴대전화 수거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려왔으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회의실에서 1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휴대전화 일괄 수거 관련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원 8대 2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논의와 표결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출석한 10명 중 안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인권위원이 ‘기각’을, 남규선·원민경 위원만 ‘인용’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을 주장한 측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교사들의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용 의견을 낸 측은 “학칙에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명시한 것이 학생들의 자기표현을 제한할 수 있으며, 그동안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온 인권위의 입장과 배치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학칙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다른 진정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결정문을 신중하게 작성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통상 인용된 안건에 대해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이 결정문은 관련 안건의 조사 근거로 삼는 결정례가 된다. 각하나 기각된 사건에 대해서는 보통 결정문을 작성하지 않지만,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인용을 주장한 두 상임위원은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넣어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전남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은 ‘학칙을 근거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쉬는 시간·점심시간 등에도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번 결정은 기존 인권위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권위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진정 307건에서 일관되게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왔다. 교사의 교육권 및 학생의 학습권보다 학생의 자유가 침해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7월에도 일과시간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규정이 인권침해적이라고 판단해 해당 규정의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위 아동권리소위원회(소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지난 5월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적 파장이 미치는 범위가 넓다”며 사건을 전원위에 회부했다.
인권위 내부에선 이번 결정을 놓고 보수 성향의 안 위원장이 지난달 취임한 이후 인권위가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 결정 변경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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