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으로 상속세 내는 물납제 첫 사례 나왔다

한·중 작가 작품 4점 국립현대미술관에 반입

처음 미술품 물납이 허용된 쩡판즈의 초상 2점.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내는 물납제를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이래, 실제 사례가 처음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한 수장가가 상속세 용도로 신청한 물납 미술품 4점이 처음 심의를 통과해 8일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들어온다고 7일 밝혔다. 해당 미술품은 이만익(1938~2012) 작가의 ‘일출도’, 전광영 작가의 ‘집합’, 중국 현대회화 스타 작가 쩡판즈의 초상화 2점이다. 문체부 쪽은 “물납을 신청한 작품은 10점이었으나 예술적 가치와 활용도, 보존 상태 등을 감안해 4점만 대상으로 추렸다”고 전했다.

세계 미술계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대가)’으로 꼽히는 쩡판즈의 작품 2점은 지난 4월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추정가 11억5000만~15억원에 나왔으나, 경매 전 출품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쪽은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납을 통해 쩡판즈 작품을 처음 소장하게 됐다. 물납한 작품들은 상태 조사 등을 거쳐 미술관 소장품으로 등록될 예정이며, 전시와 행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 도입된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넘고 상속재산의 금융재산가액보다 많을 경우에 한해,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납세의무자가 관할 세무서에 작품 물납을 신청하면, 세무서 통보를 받은 문체부가 물납심의위원회를 꾸리고 심의해 허가하는 방식이다.

서구에서 수십년 전부터 시행해온 미술품 물납제는 지난 2020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과 2021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