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중심지역관서’ 운영 후 인력 85% ‘뚝’

이규희 2024. 10. 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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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관이 순찰근무로 부재중입니다. 인터폰을 사용하시면 파출소로 바로 연결됩니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지구대·파출소 두세 곳을 묶어 이 중 거점역할을 하는 관서를 중심관서로, 나머지를 공동체관서로 운영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치안 수요가 적은 공동체관서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를 중심관서로 이관하는 게 골자다.

남대문경찰서 관할 관서 중 남대문파출소가 중심관서, 회현파출소는 공동체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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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수요 몰리는 지역 집중 배치
112 신고처리·예방순찰 등 담당
2024년 7월 시·도경찰청 16곳서 적용
공동체관서 3316명→494명 급감
인력 유출에 지역주민 불안 심화
“치안 공백 대비 개선안 마련해야”

“현재 경찰관이 순찰근무로 부재중입니다. 인터폰을 사용하시면 파출소로 바로 연결됩니다.”

6일 오후 9시 서울 남대문구 회현파출소. 내부 형광등은 밝게 켜져 있지만 문이 잠겨 있고 지키는 경찰도 없었다. 대신 문에는 이곳에서 도보로 약 290m 떨어진 남대문파출소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경찰이 ‘중심지역관서제’를 확대함에 따라 전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지구대·파출소 두세 곳을 묶어 이 중 거점 역할을 하는 관서를 중심관서로, 나머지를 공동체관서로 운영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치안 수요가 적은 공동체관서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를 중심관서로 이관해 중심관서에서는 112신고처리와 예방순찰을 담당하고, 공동체관서에는 관서장을 둬 공동체 치안활동을 전담한다. 남대문경찰서 관할 남대문파출소가 중심관서, 회현파출소는 공동체관서다.

7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심지역관서제 시행 이후 올 8월 기준 전국 공동체관서의 정원은 총 3316명에서 494명으로 85.1% 감소했다. 18개 시도 경찰청 중 16개 권역에서 해당 제도를 운영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209개 중심관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공동체관서 중에는 현재정원이 단 한 명인 관서가 102개로 가장 많았고, 두 명(72개)인 곳이 뒤를 이었다.

중심지역관서제는 2021년 광주, 경북 등 인구감소지역에서 시작된 이래 지난해 서울 등 광역권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7월 이후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당초 경찰은 중심 지역관서제 도입에 따라 범죄 취약지역에 순찰 인력을 보다 집약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일선 경찰들의 주장은 다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격한 중심지역관서제 개편에 대해 “치안상 관할 면적이 넓어져 출동시간 지연이 불가피하고, 도시의 소외 지역과 농어촌 지역은 치안력 부재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김건표 경감은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을 요청하며, 중심지역관서제 확대에 대해 “출동시간이 2배 이상 증가하고, 면 단위는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비도심 지역에서는 중심지역관서제 시행에 따라 최소한의 치안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는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전북도의회는 이달 4일 중심지역관서 제도 폐지 건의안을 채택하고 “주민밀착형 치안활동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즉각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도의회는 또 “고창·부안 등 중심지역관서제 시행 대상인 7개 군 모두 초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지역인데, 개편안 강행은 여기에 치안공백이라는 낙인을 하나 더 얹어 소멸 위기를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부안이 지역구인 김정기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몇년 사이 지역 치안센터가 통합되며 안그래도 치안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가 큰데, 중심지역관서제로 인력 유출이 생기는 관서 인근 주민은 앞으로 지구대·파출소의 범죄 예방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부산시의회와 경기 양평군의회도 각각 올해 7월과 9월 중심지역관서 확대 시행안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효율성을 고려할 때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안수요를 분석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며 “야간에 관서를 운영하지 않게 된 지역에서는 주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치안 관련 민간 봉사단체나 퇴직경찰을 활용하는 등 치안 기능을 대체할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치안센터 상주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절반 이상인 것도 모자라, 중심지역관서제 시행으로 일선 지역관서에 남아 있는 경찰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라며 “경찰 내부에서도 지역 경찰 인력이 부족한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치안 공백에 대한 주민들 우려도 커지는 만큼 치안 공백에 대비할 대안과 경찰 인력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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