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덩굴 증식…대책은?
[KBS 부산] [앵커]
금정산 산림 황폐화를 취재한 서정윤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칡덩굴 같은 덩굴류가 최근에서야 확산한 건 아니잖아요.
취재 내용을 보면 기후 변화 탓에 더 증식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가 되겠네요.
[기자]
네, 제가 직접 현장을 가보니 상황이 꽤 심각했습니다.
덩굴이 산 능선 일부를 완전히 덮은 데다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덩굴 아래는 햇볕도 들지 않아 말라 죽은 나무도 많이 보였습니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칡덩굴이나 환삼덩굴, 가시박 등 이 덩굴류는 양지바른 곳에서 빠르게 번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또 기온이 높을수록 번식 속도가 빨라집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소나무재선충병 등으로 소나무가 죽으면서 그 자리에 이런 생태교란종이 유입되기도 하는데요.
보통 줄기가 두껍고 튼튼한 데다 장소를 가리지 않아 덩굴 제거하는 작업도 만만찮습니다.
또 도로변까지 나와 표지판을 가리거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하는데요.
산림청은 이달까지 '덩굴류 집중 제거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숲 가꾸기 인력 11만 5천 명을 투입해 나무의 생육을 방해하는 덩굴식물을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덩굴류가 어느 정도 확산하고 있는지 그 실태는 명확히 알 수 있나요?
[기자]
네, 부산시가 산림청에 보고한 덩굴류 현황을 보면 부산 전역에 124ha 정도 분포돼 있습니다.
7천여 제곱미터 규모 축구장, 170여 개에 달하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이 현황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금정산에만 덩굴류가 얼마나 확산해 있는지, 금정산을 낀 금정구와 동래구, 북구는 물론 부산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숲 관리 요원이 목격하거나, 민원이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만 면적을 파악하는 정도였는데요.
이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이 분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실태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제거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숲 관리 요원은 관내 모든 숲을 관리하는 기간제 근로자인데요.
금정산 관할 자치단체에 소속된 근로자는 14명입니다.
문제는 인력 대부분이 60~70대인 데다 다른 숲 가꾸기 일도 있다 보니 덩굴 제거에 역부족입니다.
[앵커]
이런데도 관련 예산이 꽤 많이 삭감됐던데, 덩굴 제거가 더 힘들어지겠어요.
[기자]
네, 조림지 가꾸기 사업 예산은 국비 그러니까 산림청 예산 50%, 부산시 15%, 각 구비 35%로 구성돼 있습니다.
매년 예산이 매칭돼 지원되는데요.
금정구나 북구는 2022년에는 각각 천7백만 원의 예산을 받았는데 올해는 금정구 86만 원, 북구 173만 원 정도만 받습니다.
상식적으로 한 해 이 예산으로 숲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이해가 안 되는데, 게다가 이마저도 산책로 정비, 잡초 제거 등에 함께 쓰입니다.
산림청은 "지자체에서 애초에 예산을 적게 올렸다"고 하고, 자치단체에선 "산림청에서 예산을 삭감했다"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까?
[기자]
덩굴을 제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줄기를 하나하나 잘라내는 물리적 방법, 전체적으로 약을 살포하는 화학적 방법인데요.
부산의 명산에 화학약품을 살포한다는 건 사실상 말이 안 되는 거겠죠.
결국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덩굴을 제거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덩굴의 줄기를 자르고 랩으로 줄기 머리를 묶거나, 줄기에 소금을 뿌려 삼투압 현상에 의해 자연적으로 뿌리를 고사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덩굴의 뿌리를 잡지 못하면 잘라내도 계속 자라나기 때문에 1~2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상당한 노동력과 비용이 드는데요.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서정윤 기자 (yu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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