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인생, 그 의미 일깨우는 연극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10. 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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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안돼" "왜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려야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오마주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연출 오경택)가 국내 초연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 중인 무대 지하에서 언더스터디(배우가 갑자기 대체될 상황에 대비해 같은 배역을 연습해 대기하는 사람) 에스터(이순재·곽동연)와 밸(카이·박정복·민호)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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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가요" "안돼" "왜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려야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오마주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연출 오경택)가 국내 초연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 중인 무대 지하에서 언더스터디(배우가 갑자기 대체될 상황에 대비해 같은 배역을 연습해 대기하는 사람) 에스터(이순재·곽동연)와 밸(카이·박정복·민호)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기다린다. 기존 배우가 아프거나 다치는 등 사고가 나야 기회가 오는 만큼 관객 앞에 설 가능성은 낮지만 힘껏 연기 연습에 매진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상징성이 강해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손에 닿을 수 있게 구체화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누구인지, 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를 인물 고도를 주인공들이 하염없이 기다렸던 것을 공연장의 언더스터디들이 언제 올지 모를 연출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각색했다. 기다리는 대상도 이유도 구체적으로 바뀌어 작품의 세계가 분명하다.

기다림에 대한 묘사도 바뀌었다. 원작은 인물들이 고도를 기다리다가 다음날이 되면 그것을 망각하는 쳇바퀴적 상황을 제시한 반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다소 설명적으로 기다림을 강조한다.

"살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기다리는 게 우리 일이야. 다른 생각하지 마. 그게 최선이야."

예술가의 고뇌를 나타내는 베토벤의 흉상, 에스터가 오줌을 누는 커피 컵 등 오브제들도 직설적이다. 연극계의 미신인 맥베스의 저주, 스타니슬랍스키·데이비드 마멧 등 연극 이론가들의 연기 기법 등 인물들이 겪는 사건의 소재들도 작품의 감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흥미롭게 봤지만 어렵다고 느낀 관객에게 추천한다.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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