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동양미술학교 설립 60주년 '이응노와 프랑스 제자들' 기획전

김민 기자 2024. 10.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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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응노미술관이 내달 2일까지 개최하는 '푸른 눈의 수묵: 이응노와 프랑스 제자들'의 홍보물. 이응노미술관.

올해는 이응노 화백이 프랑스인들의 후원을 받아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파리동양미술학교는 유럽에 설립된 최초의 동양미술 교육기관으로,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문화를 전파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내달 2일까지 이응노의 제자 11명을 초청해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탐구하는 기획전 '푸른 눈의 수묵: 이응노와 프랑스 제자들'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이 화백이 교육자로서 남긴 업적을 11명의 제자들을 통해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재키와 마르틴 페랭 '아이슬란드 1&2', 34.5×20×4.3㎝, 빌드-인-글래스, 2011.
크리스틴 다바디파브르게트 '샤먼 11', 205×70㎝, 종이에 먹, 2021.

◇재키와 마르틴 페랭, 그리고 크리스틴 다바디 파브르게트

재키와 마르틴 페랭은 함께 작업하는 듀오 예술가다. 도예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1975년부터 1985년까지 10년간 이응노에게 서예를 배웠다. 이들에게 서예는 기표와 사유의 영역이다. 예술적 영감과 생각을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독창적인 언어로 구현한다. 특히 건축과 작곡, 표의문자 등의 구성과 관련한 규칙에 기반한 '빌드-인-글래스'(Build-in-Glass)라는 작업 방식이 특징적이다. 크리스틴 다바디 파브르게트는 1971년부터 이응노의 수업을 들었다. 그녀의 그림에서 돋보이는 것은 거대한 나무다. 한국 전통 미술재료인 '먹'을 통해 나무의 본질을 찾는다. 수 세기 동안 느린 동작으로 변이를 거듭하는 나무의 경이로움을 깊이감 있게 탐구한다.

클레흐 키토 '먹의 산', 135×70.5㎝, 종이에 먹, 2020.
엘리자베스 뷔르겅 '바위n.7', 75×46㎝, 종이에 수묵담채, 2023.

◇클레흐 키토와 엘리자베스 뷔르겅

파리에서 활동하는 클레흐 키토는 문자와 흑백의 상호작용에 많은 관심을 둔다. 그에게 있어 이응노와의 만남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였다. 이응노에게 배운 서예 작업은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불러오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1995년 이래로 수많은 수묵 작업을 통해 문자의 음악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엘리자베스 뷔르겅은 프랑스 낭트에서 활동한다. 파리동양미술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서예와 회화를 공부하면서 창작의 기초를 다졌다. 그는 자연의 본질을 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한다. 수많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또한 그림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불교의 시를 인용, 화면을 구성하고 색을 칠한다. 검정색을 강조해 부조를 만들고 거리감을 나타낸다.

플로랑스 슈로빌트겐 '제비', 22×22㎝, 종이에 수묵 채색, 2021.
프랑수아즈 조르쥬 플로토 '이끼 꽃II', 50×50㎝, 종이에 수묵 채색, 2020.

◇플로랑스 슈로빌트겐과 프랑수아즈 조르쥬 플로토

슈로빌트겐은 이응노에게 붓의 움직임, 종이의 신비, 먹의 노래, 몸짓의 시를 배웠다. 그는 자연을 가장 단순하게 재현하는 식으로 독창적인 예술·조형적 접근 방식을 드러낸다. 수묵을 통해 배운 주관적인 시각으로 예술과 개인적 감성을 표현한다. 수묵 매체의 우연성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만큼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프린트하거나 스크린 인쇄된 천을 자르고, 찢고, 실을 당기고, 재구성하고, 한지에 직접 바느질하며 화려하고 투명한 분위기를 재해석한다. 반면 프랑수아즈 조르쥬 플로토는 서예와 동양화를 공부하면서 자연 풍경에 몰입했다. 꽃의 섬세함, 나무나 바위의 강인함, 산의 힘을 느끼며 삶의 에너지를 화폭에 옮긴다.

장 비유후 '푸가 1', 50×65㎝, 목판화, 2018.

◇이네스 이겔닉과 장 비유후

이네스 이겔닉은 1979년 파리동양미술학교에 등록했다. '동양과 서양을 어떻게 연결할 것이냐'는 이응노의 질문에 오랫동안 고심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공간과 우주다. 서예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획과 선의 길을 따르며 자연의 선율과 공명한다. 그리고 장 비유후 또한 이겔닉과 같은 해 수묵화를 배웠다. 서예와 동양화를 혼합해 입체와 공백의 상호작용,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다양한 가치, 이러한 공간을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판화와 인쇄 기법을 통해 창작의 감성과 역동성을 구현한다. 인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본 재료의 깊은 구조를 재발견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금형으로 탈바꿈한다.

노엘 사메 'Personnage21', 75×45㎝, 종이에 먹, 2022.

◇노엘 사메

노엘 사메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영감을 받아 만화를 그렸다. 사메는 만화 속 인물들의 표정과 몸의 움직임에 매료됐다. 시각 예술을 시작했을 때는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유롭게 작업했다. 파리동양미술학교를 다닌 것은 그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수묵과 붓의 기법을 배운 이후 자연으로 주제로 삼아 인물 얼굴을 표현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시빌 프리델 '이주민', 68×107㎝, 캔버스에 잉크, 2018.

◇시빌 프리델과 비르지니 카다르 트라바델

1984년 이응노를 만난 이후 서예에 관심을 보인 시빌 프리델은 "바다에 빠져 익사할 정도로 서예에 빠졌다"고 말한다. 붓, 연필, 샌더, 왁스, 스틸, 브론즈 와이어 등 각종 재료를 사용면서도 서예적인 작업 흐름을 놓지 않는다. 인간과 동식물 사이의 상호 의존성을 드로잉, 회화, 청동, 나무, 강철 조각 등으로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는 600여 점의 드로잉 작품 가운데 90여 점을 모아 저서를 출간했다. 비르지니 카다르 트라바델도 파리동양미술학교에서 서예를 배우면서 '선'의 표현력에 매료됐다. 표의문자와 리듬, 시와 연결 짓는 그의 작업은 '기호'는 읽거나 인식돼야 한다는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먹과 붓으로 순간의 덧없음을 강렬하게 내비치며 생생하고 조화로운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오랜 시간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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