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법 깔보는 인앱결제 구글·애플 `갑질`
수수료 美 4~10%, 韓 30%
비용 증가로 혁신·투자 위축
벤처·게임사들 결국 줄도산
"실효성 있는 법 개정 시급해"
모바일앱 시장을 독점한 구글과 애플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앱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30%를 양대 공룡에 고스란히 바칠 뿐 아니라 높은 수수료율에 대해 목소리조차 못 내고 있다. 게임·웹툰·음원 등 K-콘텐츠 산업이 구글·애플이란 양대 공룡의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꼴이다.
IT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국내 앱 개발사에 시장은 가혹한 정글이다. 앱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년간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든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개발에 평균 2.5년 6억6000만원 상당이 든다. 이렇게 앱을 개발해 구글·애플의 앱마켓에 출시하면, 유통 플랫폼일 뿐인 두 회사가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수수료가 비싸다고 불평할 수도, 다른 유통 플랫폼을 선택할 수도 없다. 시장을 독점하는 두 회사가 어떤 불이익을 줄지 불안한 탓이다. 두 회사의 국내 앱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85%에 달한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 네이버조차 앱 수수료 '갑질'에는 속수무책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2022년 구글이 게임에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자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 가격을 월 4900원에서 5700원으로 인상했다. 대신 웹에서 결제하면 월 3900원을 받았다. 구글은 곧바로 카카오를 응징했다. 인앱결제 정책 위반을 이유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카카오는 두달 만에 백기를 들고 앱에서 웹결제 링크를 삭제했다.
문제는 이런 갑질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가격은 웹 결제 시 월 3900원, 구글 결제 시 월 5700원, 애플 결제 시 월 6900원으로 천차만별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음원 플랫폼 구독료도 마찬가지다. 모바일에서 결제하면 웹보다 15~20% 비싸다.
그러나 소비자 태반은 이같은 사실을 모른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41%는 결제 방식에 따른 가격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국내 앱 개발사의 피해는 최근 4년간 10조원에 달했다. 시장분석기업 데이터AI가 올초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국내 앱 시장 소비자 지출은 10조3700억원에 달했다. 그 중 30%가 구글이나 애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럽 등은 집단소송을 통해 앱 수수료가 4~10%로 낮아졌는데 국내 기업은 최소 3배 이상 더 내고 있다.
비용 증가는 혁신과 투자 위축으로 연결된다. 매출의 30%를 강제로 내고 나면 R&D 투자와 인력 채용을 덜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더욱이 구글과 애플은 자체 게임,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 경쟁사들과 불공정한 게임을 한다. 애플뮤직, 구글 유튜브뮤직과 직접 경쟁하는 음원 플랫폼 기업 스포티파이가 대표적이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같은 건물에서 동종 사업을 하는 격이다. 여기에다 인앱결제를 하다 보니 이용자 데이터 접근에 한계가 있어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양사는 법망을 피하는 '제3자 결제'를 통해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뜯어가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인앱결제 수수료가 30%나 되니 앱 개발자의 수익률은 10%도 되지 않아 벤처·게임사가 도산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구글·애플이 결실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너무 구체적으로 문제 행위 유형을 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경·김영욱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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