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빈티지, 앤티크,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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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세련되지 않거나 유행에 뒤처지는 모습을 '촌스럽다'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현재 미의 기준에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고 칭찬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이 표현을 설명한다고 치면, "outdated (구식의)" 혹은 "old-fashioend(옛날의)"을 떠올리지 "rural-like(시골스러운)"를 찾게 되진 않는다.
우리는 이 오래된 것들을 '클래식' 하다고 표현하며, 아무도 촌스러운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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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세련되지 않거나 유행에 뒤처지는 모습을 '촌스럽다'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현재 미의 기준에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고 칭찬한다. '못생겼다'거나 '안 예뻐' 등의 더욱 직설적인 많은 표현 보다 '촌스러워'라는 어찌 보면 주관적이기 이를 데 없는 표현을 누군가의 패션이나 겉모습을 평가하는 가장 부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 생겨있는 무수한 신조어들 사이에서도 '촌스러워'라는 단연 누군가의 취향을 비난할 수 있는 최악의 표현임이 분명하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이 표현을 설명한다고 치면, "outdated (구식의)" 혹은 "old-fashioend(옛날의)"을 떠올리지 "rural-like(시골스러운)"를 찾게 되진 않는다. 후자의 표현이 외국인에게 세련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일 것이다. '촌스럽다'는 옛날 우리나라 시골이 농경사회였던 때에, 도시적이지 않고 덜 개발 된 곳의 문화의 양상을 이르는 말이었을 거다. 지금 시대에는 사실 안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old-fashioned, outdated 등의 표현은 '촌스럽다'를 적절히 대신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나의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소위 '빈티지'라고 하는 구제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누군가는 남이 사용하던 물건이라 꺼리기도 하겠지만, 엄마는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등 출신이 다양한 그 물건 중 엄마의 취향에 딱 맞는 걸 찾았을 때 무척 좋아하신다.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것들이다. 하지만 내 눈에도 좋은 옷감과 독특한 색감을 가진 그 물건들이 촌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외국 여행 중 쉽게 마주치는 벼룩시장의 앤티크 소품과 가구들도 마찬가지다. 아주 오래된 촛대, 찻잔 셋트, 보석함…낡고 해어진 흔적이 역력해도 그 물건들이 가지는 특유의 고고하고 당당한 모습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촌스럽다고 하지 않는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그들이 즐기던 문화생활의 자취인 글과 그림들, 신앙심을 바탕으로 쓴 필사들. 우리는 그것들을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하고, 조명과 온·습도를 최적화한 공간에서 보관한다. 오래된 것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훌륭한 유산으로 꼽는다. 우리는 이 오래된 것들을 '클래식' 하다고 표현하며, 아무도 촌스러운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요즘 '올드머니룩' 이라고 알려진 패션 역시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고상함과 우아함이 여전히 배어있는, 그야말로 클래식함이 특징이다.
공연예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놀라운 기술이 사회를 뒤집어 놓는 시대가 와도, 음악의 아버지는? 이라는 질문에 "바하"를 꼽지 않을 사람은 없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공연에서 '호두까기인형'이 빠질 리가 있는가? 국내외의 유명교향악단들은 가장 큰 기획 공연에 브람스,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한다. 연주자로서 전 세계 어디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고 싶다면 반드시 연습해야 하는 곡은 단연 모차르트 협주곡이다.
이 '오래된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논하자면 늘 꼰대스러운 발언을 해야 함이 조금은 멋쩍다. 하지만, 이 오래된 것들의 고유한 전통적 아름다움을 간과하고는 더 아름다운 새로운 것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늘 인지해야 할 것이다. '촌스럽다'를 능가하는 좀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비평의 표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김예지 목원대 관현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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