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甲甲한 앱마켓 수수료… 울며 겨자먹는 乙

김영욱 2024. 10. 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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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결제금액 30% 부과… 모바일 플랫폼 시대 악용
이용자 유치 위해선 포기 힘들어… 법도 교묘히 빠져나가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통해 가만히 앉아서 전체 서비스 요금의 30%를 받아가는 가운데,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산업은 게임이다. 국내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에서만 연간 수조원이 양대 플랫폼사에 빨려들어 가고 있다. 피해를 본 게임사들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려 해도 자칫 하면 양대 앱마켓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숨죽인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0원 벌면 30원 받아가는 구글·애플…법으로 막아도 교묘히 빠져나가= 구글과 애플이 2020년부터 도입한 인앱결제는 모바일산업 생태계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굴레로 자리잡았다. 구글은 당시 게임을 포함한 모든 모바일앱에 대해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하며 기회가 열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 조항을 받아들였지만 버는 족족 양사가 거둬가는 구조가 이어지다 보니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 2021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구글은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여전히 26%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강제 조치를 보기 좋기 피해가는 우회경로를 만든 것.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선 구글 내부에서도 기만 책임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4월 구글과 에픽게임즈 간의 인앱결제 관련 소송 진술서에서 구글은 높은 수수료 책정에 대해 앱 기업에 대한 기만 책임을 인정했다.

애플은 인앱결제 횡포를 이어갈 뿐 아니라 과다하게 잘못 받아 간 앱 수수료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와 달리 국내 앱 개발사에만 부과가치세 10%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 실질 수수료율 33%를 적용해 3500억원의 추가 수수료를 더 받아 갔다.

양사의 횡포가 전세계적인 집단행동과 제제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내부 사정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진행된 인앱결제 관련 소송 과정에서, 구글은 내부적으로 적정 수수료를 10%, 애플은 12% 정도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정한 수수료보다 3배 가까운 수수료를 받아챙긴 것이다.

◇2022년에 모바일게임으로만 3조9000억 받아가= 구글·애플의 수수료 '갑질'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산업은 게임이다. 2022년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22조2149억원으로, 그 중 모바일게임이 58%를 차지했다. 액수로는 약 13조원으로, 구글과 애플은 앱결제 수수료로만 한 해에 약 3조9000억원을 벌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게임 업황이 악화돼 게임사들이 인력과 조직을 줄이면서까지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앱 수수료는 절대 손댈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앱마켓 수수료가 줄어들면 기술개발, 인재확보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게임사들은 옴싹달싹 못하는 처지다. 특히 수수료 조정은커녕 생태계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기업들은 어려워한다. 자칫 양대 앱마켓 시장에서 퇴출이라도 되면 기업 존패가 오가기 때무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슈퍼갑'인 구글에 반기를 드는 꼴"이라며 "이 시장에서는 슈퍼갑에 대항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에픽게임즈밖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두 회사의 앱스토어 시장 점유율 합계가 90%가 넘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보니 이를 벗어나서는 모바일 시장에서 사업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회 결제경로 찾지만 한계…"정부가 나서줘야"= 게임사들은 구글·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리는 순간 엄청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구글과 애플의 강력한 이용자 풀에서 멀어지는 순간 시장 기회가 닫히기 때문이다. 대신 주요 게임사들은 양사에 저항하기보다 PC로 상품을 결제하면 추가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 PC버전으로 상품을 결제하면 일정 금액의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한 한계가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 업체는 영세한 곳이 많아 투자여력이 부족하다. 202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75%는 자본금 5억 미만 기업이다. 또 전체의 86.7%는 영업이익이 5억원 미만이다. 영업이익 1억 미만 28%, 0원 4.3%, 0원 이하 38.4%로 기업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끼리 이런 상황을 해쳐나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김미경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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