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 갑질 적발부터 규제까지 3년, 시장은 그새 초토화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축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단속과 제재가 신속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위법 행위를 적발해 단죄하기까지 평균 3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을 내린 플랫폼 기업 사건은 15건이고, 평균 처리 기간은 1092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시장은 초토화하고 경쟁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존폐 기로에 몰리니 공정위 처분이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경쟁업체의 출시를 막은 사건은 2016년 발생했지만 공정위는 2018년 조사에 착수해 제재는 2023년 7월에야 이뤄졌다. 지난 6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쿠팡 알고리즘 조작 사건도 발생 5년, 현장조사 3년 만에 처분이 이뤄졌다. 조사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동안에도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은 확대된다. 지난 2일 공정위는 차량 호출 1위 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2021년 9월이지만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14%에서 2022년 79%로 뛰었다.
플랫폼 독과점은 혁신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후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안은 이들 업체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독점 여부에 관한 판단과 제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올 초만 해도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안’에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 업체들과 미국의 반발로 사후 규제로 후퇴했다. 시장지배적 기업의 기준도 점유율 50%에서 60%로 높이고, 60% 이상이라도 연 매출 4조원 미만이면 제외하기로 했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의 상생협의회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그사이 쿠팡과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은 수수료와 요금을 기습적으로 인상했고, 티몬·위메프는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빼돌려 거래업체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90만명이 넘고, 소상공인 4명 중 3명은 한 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형 플랫폼의 갑질을 신속하게 단속·제재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민생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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