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글·애플 횡포에 수수방관… `식물 방통위` 정상화 화급하다

2024. 10. 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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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마비가 길어지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출시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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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마비가 길어지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 문제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출시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런데 1년째 의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제출한 사업자 의견 검토와 앱 개발사 등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한 의견 수렴이 길어진데다가, 지난 8월부터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통위 심의의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김태규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인해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에선 이 문제가 거론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애플에) 우리나라만 계속 차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에서는 1조1000억원의 배상금을 최종 합의했는데, 우리나라의 과징금은 680억원 수준"이라며 "그 680억원조차도 방통위가 마비돼서 지금 못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이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조사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며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바로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구글·애플 제재 지연에 따른 국내 소비자 피해 발생을 예상하기도 했다.

구글·애플의 과징금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방통위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망 사용료 부과, AI 부작용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 제정, 데이터 주권 보호책 마련 등 화급하지만 멈춰선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하나같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과제들이지만 우리만 뒷방 신세인 것이다. 방통위 기능 마비 탓이 크다. 이러니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에 수수방관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쟁을 벌이더라도 정부기구 기능까지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한 마디로 무책임의 극치다. '식물 방통위' 정상화가 시급하다. 방통위원 추천 절차라도 조속히 진행해 방통위 기능을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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