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멋대로 증인 채택·동행명령 남발 巨野, 국회가 수사기관인가

7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위원장이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및 구조공사와 관련한 증인인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를 출석시키기 위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시작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초점을 맞춰 마구잡이식 증인을 채택한 거야(巨野)는 불출석한 증인을 강제로 부를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둘러싸고 여당과 충돌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인 21그램의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방적 의결이라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회의 정당한 증인 채택과 자료 요구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무엇이 두려워 21그램 대표를 감싸려고 하는지, 김 여사가 두려운 것인지 대단히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다수당이 대통령실 관련 증인 동행명령만 밀어붙이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증인·참고인만 100여명을 채택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정청래 위원장(민주당)도 "국정감사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김건희 여사든 누구든 강제 출석 시킬 것"이라고 줄줄이 동행명령장 발부를 예고했다. 거야는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한다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도 검토 중이다. 동행명령은 국회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회의장까지 동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강제수단이다. 위원회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면 국회사무처 직원이 명령장을 들고 대상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집행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에 따라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국회모욕죄'로 최대 5년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생긴 1988년 이래 실제 징역형으로 이어진 경우는 전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동행명령은 특정 정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까닭에 국민의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 국회가 사실상 수사기관이 돼 심문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여야가 죽기살기식 정쟁을 벌이고 있는때는 더욱 그렇다. 동행명령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행사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