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리 "환자 아픔 공감하는 능력…AI가 의사보다 10배 뛰어나다"

이영애 2024. 10. 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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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연구소 총괄사장 피터 리
환자 취미부터 소원·가족관계까지
사소한 개인史 기억하는 인공지능
10명 중 8명 "의사보다 공감 잘해"
환각·편향성 문제는 많이 개선돼
AI가 몇초 만에 진료 기록 써주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 할 수 있어
의사·간호사 업무 줄이는데 활용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도구
사람 의사 대체할 순 없을 것
손 감각에 의존하던 산부인과 의사
초음파 기술로 진단 정확도 올렸듯
의료 AI도 의사의 핵심 도구 될 것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는 MS 인공지능(AI) 전략의 총본산이다. AI를 비롯해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등 MS의 핵심 기술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피터 리는 약 1000명의 천재급 엔지니어가 모인 ‘MS 두뇌’의 수장이다. <의료 AI 혁명: GPT-4를 넘어>라는 책의 저자인 그가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MS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9월 중순, MS 본사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그와 대면 인터뷰를 했다. 피터 리 연구소 총괄사장은 “의사보다 AI가 10배 정도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며 “환자와 공감하는 AI가 의료 현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피터 리 MS연구소 총괄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MS제공


▷의료AI의 공감 능력이 놀랍습니다.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의 실험 결과예요. 환자 질문에 대한 의사와 챗GPT의 답변을 비교했습니다. 환자 중 78.6%가 AI를 선호하더군요. 정확도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AI가 인간보다 공감 능력에서 9.8배 더 뛰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건가요.

“간단합니다. 의사들은 너무 바빠요. 그러니 빨리 지치죠. AI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떤 환자는 얼마 전 손주를 얻었고, 어떤 환자의 소원은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진단의 정확성도 중요할 텐데요.

“AI는 의사들의 진단 기록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고 있습니다. 암호 같은 그들만의 언어도 해독할 수 있게 됐죠. 생성형 AI의 맹점으로 꼽히는 환각 현상과 편향성 문제에 큰 진전이 있습니다.”

▷환각과 편향은 무엇입니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정보를 생성해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을 환각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GPT-4 출시를 기점으로 환각 현상은 많이 해결됐어요. 미래에는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편향성도 해결되고 있나요.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내는 편향 현상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모든 사람은 편향된 존재지만 동시에 스스로 편향성을 발견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AI도 마찬가지예요. 일부 편향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는 과도한 업무에 지쳐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호사 연봉이 AI 개발자 연봉만큼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죠.”

▷한국에도 ‘3분 진료’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당일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이전 건강기록 4~5개를 종합해 진료기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힘든 일이고, 결과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죠. AI가 몇초 안에 진료기록을 작성해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의료진은 환자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될 겁니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도 있고요. AI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죠.”

▷MS는 왜 의료 분야에 관심을 둡니까.

“2022년 챗GPT를 출시했을 때 의사인 친구에게 ‘훌륭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죠. 챗GPT를 환자 진료기록 작성에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챗GPT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MS의 AI 방향성이 정해진 순간이었죠.”

▷의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행인 점은 8년 전 MS에 합류한 뒤 첫 프로젝트가 회사의 의료AI 사업을 재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의료AI 사업을 전담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AI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일 것 같은데요.

“미국 법은 익명화한 건강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일례로 MS 협력사인 에픽시스템즈는 북미에서 가장 큰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을 생산합니다.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의료 연구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보안 이슈가 큽니다.

“맞아요. 클라우드는 주요 공격 타깃이 될 겁니다. 애저 사태로 병원, 항공사, 소매점 등 세상 주요 인프라가 모두 클라우드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MS는 이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보안을 절대적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보안 위협도 AI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양의 로그 데이터를 최첨단 AI 시스템으로 점검하면 공격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묻고 싶네요. 암에 걸렸는데 의사 대신 AI에 진료받기를 원합니까. 아마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의학 역사상 수많은 의료기기가 탄생했지만 인간 의사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산부인과의 초음파 기술이 의사의 손 감각(촉진)에 의존하던 이전의 진단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린 것처럼 의료AI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 도구로 쓰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계 엔지니어' 피터 리는…
美 오바마 정부에 과학 자문, 건강분야 영향력 있는 100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래’로 불리는 한국계 엔지니어다. 인공지능(AI), 컴퓨팅 파운데이션, 헬스케어,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 기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물리학자 아버지와 화학과 교수 어머니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태어났다. 2010년 MS에 합류하기 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의장을 지냈다.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버락 오바마 정부 국가사이버보안강화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올해 타임스 선정 건강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의료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저서 <의료 AI 혁명: GPT-4를 넘어>를 발간했다.

시애틀=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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