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특검법안과 법률안거부권의 도돌이표, 해법은?

2024. 10. 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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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 메뉴의 하나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다. 이미 위헌성 문제 등으로 인해 채상병 특검법은 3차례, 김건희 특검법은 2차례 법률안거부권이 행사되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의 특검법안과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마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일방적 특검법안과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적 갈등으로 보기보다는 그 바탕에 깔린 삼권분립의 의미와 운용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집행-사법을 각기 분리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을 실현하는 삼권분립은 어느 권력도 절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던 당시에는 국민주권을 앞세워 삼권분립을 비판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늘날 이를 부정하는 민주국가는 없다.

특히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건립했던 미국에서는 더욱 엄격한 삼권분립을 제도화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다. 의회주권이 인정되던 영국에서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었지만, 영국(영국 의회)의 압제에서 독립했던 미국은 국민의 대표로서 의회의 역할과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의회 입법권의 오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재의요구권)을 도입한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오남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재의결하는 제도가 있다. 법률안거부권이 국회의 입법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국회 상황이 법률안거부권이 미묘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때,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으로 이를 막을 수 있지만, 무리한 법률안거부권 행사로 인하여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면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반복이 탄핵사유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에서 탄핵요건으로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와는 달리 법률안의 위헌성을 이유로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의 특검법은 위헌성 논란이 매우 날카롭다. 다른 점은 접어 두더라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제정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범죄 '수사'를 위한 특검의 임명인데, 이는 삼권분립 원칙상 정부의 권한이다. 즉, 국회는 범죄 수사에 관한 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범죄 수사를 하는 것은 정부의 소관이고, 수사 결과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법원의 권한인 것이다.

그동안 특검법이 여야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은 이를 통해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수사기관(특별검사)의 선임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이를 무시한 일방적 특검법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기존의 특검제도를 폐지하고, 연방항소법원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최근 민주당에서 제3자특검법 논의를 하자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대통령이 무리하게 법률안거부권을 오남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입법권의 오남용이 달걀이고,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닭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검법과 법률안거부권의 도돌이표가 국민들의 정치불신, 나아가 진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달걀의 개선, 특검법의 위헌성 문제의 깔끔한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특검법이라는 예외적인 입법은 여야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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