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가족은 애물단지" 역사는 반복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게 자식은 '애물(속을 태우는 존재)단지'다. 우리 정치사에서 자식이 일으킨 논란으로 인해 이런 저런 뒷말을 낳았던 사례는 부지기수다.
고려의 가장 포악한 군주로 꼽히는 충혜왕, 그는 세자 시절부터 절 지붕에 있는 새를 잡는다고 방화를 했다. 불량배와 어울리면서 여자를 겁탈하고 패악질을 일삼았다. 무엇보다 광적으로 사냥을 나갔다. 당시 왕실의 사냥은 요리사, 짐꾼, 전문 사냥꾼, 수백명의 몰이꾼이 동원돼 경비가 상당했다.
당연히 신하들 사이에선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고려의 상국으로서 국왕의 책봉 권한을 갖고 있던 원나라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부친인 충숙왕이 충혜왕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건 당연지사였다. 심지어 '날건달'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다.
충혜왕이 훗날 원나라 황실에 의해 폐위된 후 유배를 가던 중에 죽자, 사관이 백성들의 반응을 묘사한 구절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나라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으며, 신분이 낮은 사람 중에는 심지어 기뻐 날뛰면서 다시 살 날을 보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충혜왕 같은 인사는 조선시대에도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연산군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연산군은 세자 시절에는 문제아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썩 모범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세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이고 색정광 같이 묘사된 것은 여러 사극들이 만든 이미지다.
오히려 이런 연산군 때문에 가려진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시기 각종 패악질을 저질렀던 선조의 아들 임화군과 순화군, 정원군이다. 이들은 국가가 위태로운 시기에도 병력을 모으는 임무를 외면하고 술타령을 하거나 관리들과 백성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심지어 살인까지 일삼았다.
특히 순화군은 잔혹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는 궁녀를 겁탈한 죄로 수원으로 유배를 갔는데도, 그곳에서마저 살인을 저질렀다. 선조는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탄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그 대목이 나온다. "내(선조)가 말하는 것은 미안하긴 하나…그의 성품은 극히 이상해 어릴 때부터 천성적으로 잔인했다. 이제 저곳에서 하는 일이 모두 사람을 때려 죽이는 짓으로 잔혹하기 그지없으니, 더욱 괴롭기만 하다. 비록 주색잡기와 같은 것에 광패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으나 이 사람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새나 짐승일지라도 반드시 잔인하게 상해시켜야 만족해 했다. 대체로 이 또한 나 때문이니, 조정 대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말할 수가 없다."
선조는 세상을 떠나기 1년전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다. 순화군의 패악질이 심해지면 가택연금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차마 자기 아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던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사관은 실록에 "국법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한심스럽다"는 주석을 달아 선조를 비난했다.
충혜왕과 순화군과 관련된 기록을 살펴보고 있을 즈음, 포털에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 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경찰에 적발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문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점점 자세히 드러난다. 문 씨가 사고를 내기 전 교통법규를 위반한 정황도 나오고, 사고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술집 앞에 서 있던 행인 3명이 문씨의 차량과 아슬아슬하게 부딪힐 뻔한 모습도 드러난다.
문 전 대통령도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 재임 시절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당부했는데, 딸이 해당 사고의 당사자가 됐으니 말이다. 더구나 문 씨는 전 남편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족문제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최근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권한남용 문제와 명품백 뇌물수수 의혹에 이어 공천개입 의혹, 논문표절 의혹까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정말 짧지 않은 기간이다.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윤 대통령이 재임한 직후부터 줄곧 재기돼 왔다.
자식문제, 부인문제. 전 근대시대에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더니 현대에도 잊을만하면 터져 나온다. 정치인에게 '가족'은 그 어떤 이슈보다 다루기 힘든 난제다. 자식과 부인을 보살피려다 발목이 덜컥 잡히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이 가운데 현대 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덕목은 '집안을 잘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뜻의 '제가'다. 참으로 비극적 역사의 반복이다.
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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