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만들어주세요” 김포시, 민간 전기충전소 한곳도 없어
“전기충전소를 찾아 이곳저곳 헤매고 다닌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주유소나 가스충전소처럼 전기차도 운행 중 언제든지 충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청라아파트의 화재사고 이후 아파트나 상가, 쇼핑센터 지하주차장서 충전하는 것도 눈치보여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탄소중립, 기후변화 운운하며 전기차를 권장해놓고 전기충전은 마음대로 안되는 현실은 무슨 경우입니까?”
김포시 풍무동에서 수산·청과물상을 하며 전기차 1t트럭을 운행하는 정원규씨(52)와 전기승용차를 소유한 박승동씨(43)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시청이나 읍·면·동사무소, 일부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이나 가야 충전할 수 있는 현실 속에 운행 중인 충전소를 찾아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그것도 다른 차량이 충전하고 있으면 다른 공공시설을 찾거나 근처 상가나 쇼핑센터 등지에서 충전하고 주차료까지 내야 하는 형편이어서 대로변 민간 전기충전시설을 시급히 확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충전기조차도 충전을 기피, 한밤 중인데도 전기차 충전을 위한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다.
7일 김포시와 김포지역 전기차 운전자 등에 따르면 인천 청라아파트의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지하주차장 충전이나 주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전기차 운전자들이 내연기관 차량이나 가스차량처럼 손쉽게 대로변에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민간 전기충전소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로서는 가까운 곳에서 2∼3분 내 주유가 가능한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멀리 충전소를 찾아가 20~30분 걸려 충전하는 일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영업용 택시 운전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속충전소가 관공서 등 특정 지역에만 설치돼 있어 운행 중 전기가 소모되면 특정 공공시설을 찾아야만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더욱이 전기차는 급격히 늘어가는 반면, 충전 인프라 확충은 더디기만 해 전기차 운전자의 충전 문제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한 자동차 회사는 올해부터 경유 1t 화물차 생산을 전면 중단, 울며 겨자먹기로 전기 화물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전기충전 인프라 부족은 또 다른 재앙이 아닐 수 없다.
9월말 현재 김포지역 전기차 등록대수는 5천대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3천788대에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상황이며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포 관문인 고촌읍 신곡사거리의 교통량은 지난 해 10월 기준 하루 13만 5천350대. 이 중 전기차 통행량은 공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단순히 전국 차량 등록 대수(전체 2천500만대/전기차 62만대) 비율로만 비교해 2.5%만 적용해도 하루 3천400대 전기차가 김포지역을 통행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차량등록대수가 전국 차량등록대수의 50%에 육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김포시를 오가는 전기차량의 통행량은 하루 1만여대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포시가 공공시설에 확충한 전기충전시설은 고작 179곳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강화도가 여행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강화를 가기 위해 김포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김포를 관통하는 48번 국도는 연일 차량정체가 계속되고 있어 48번 국도상의 민간 전기충전시설 설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들어 48번 국도상에 있는 주유소에 전기차 운전자들이 들어와 충전시설을 찾는 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고촌읍 48번국도상에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55)는 “요즘 전기차 화재가 자주 발생해 그런지 하루면 5~6명의 전기차 운전자들이 들어와 전기충전기를 찾고 있다”며 “급속 전기충전기를 몇개 설치할까 생각 중인데 부지가 부족해 쉽지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공소나 공공시설을 제외한 곳에 민간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대지는 충전소 적정 규모(약 500~1천평)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있다고 해도 평당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입지 좋은 부지에 투자해서 전기차충전소 운영은 수익은 고사하고 은행 이자도 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도로변 일반 부지가 아닌, 상대적으로 토지가가 싼 도로변 개발제한구역이 적정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도 일찍이 이 같은 현실을 인식, 개발제한구역 내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 2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개정, 개발부담금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주며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 개정 시행령은 심지어 전기충전소를 제13조 1항에서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지역에 입지가 곤란해 개발제한구역 내에 입지해야만 그 기능과 목적이 달성되는 시설’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면적과 부대시설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시행령은 개발제한구역에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하기 위한 시설을 할 경우, 그 부지면적은 3천300㎡ 이하로 하며, 부대시설로 수소연료공급시설 및 세차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전기충전사업자들이 전기차량 운행이 적어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은 충전시설 설치를 꺼려해 공공시설에 전기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충전시설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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