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직 줄고 일용직 급증… "구직 포기"도 역대 최다[고용의 질 점점 악화]

박지영 2024. 10.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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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54%, 주 36시간 미만 근로
상용근로자 증가율은 0%대 그쳐
15~29세 청년층 취업감소 이어져
"6개월 이상 쉬어" 장기 실업도 늘어
고용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전반적인 고용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일자리보다 임시직이나 단기일자리 위주로 고용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 만큼 고용시장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용근로자 증가율 더디고, 단기근로자 급증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의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모두 21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보다 11만5000명(0.6%) 늘어난 것으로, 2021년 3월(7만4000명 증가)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특히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근로자 증가율은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상용근로자는 1년 전에 비해 4만9000명 증가, 0.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0%대의 낮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에서 3만명(-2%)이나 급감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2만9000명, -2.4%), 도매 및 소매업(7000명, -0.3%) 상용근로자도 줄었다.

반면 단기근로자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의 54.6%가 주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기근로자(1571만9000명)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3.6%이던 단기근로자 비중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198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소비 여건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력 소비 연령층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력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제조업과 같은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연령대별로는 주력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청년층(15~29세), 40~49세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2·4분기에는 50~59세 취업자 증가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도 제조업 취업자가 올해 들어 증가세로 전환되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력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냥 쉬었다"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고용시장에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자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학업이나 육아 등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쉬었음' 인구는 256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다. 1년 전보다 24만5000명(10.6%) 늘었으며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구직을 단념하고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이는 고용시장의 중심이 돼야 할 청년층에서 더욱 심화됐다. 20대와 30대 청년층 중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올해 8월 74만7000명을 기록했다.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3년 이상 취업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청년도 올해 5월 기준 8만2000명에 달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실업자'도 올해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쉬었음' 청년 증가세와 맞물리면서 고용시장의 활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문제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인수 교수는 "현재 내수회복 가능성에 대해 획기적 모멘텀이 생기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데다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없으니 고용을 늘리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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