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도 미국으로… 국채 `시들`
최근 10년물 청약 '0.29대 1' 미달
美 금리인하… 미국채 매력 높여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선호가 미국 시장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정부가 국민 노후대비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지난 6월 내놓은 저축성 상품인 개인투자용 국채의 인기도 시들해진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개인투자용 국채 총 1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10년물과 20년물이 각각 1300억원, 200억원씩이다.
지난 6월 첫 청약에서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25%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개인투자용 국채 경쟁률은 첫 청약이 개시된 6월부터 넉 달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가장 최근 진행된 지난 9월 개인투자용 국채 경쟁률은 10년물이 1300억원 모집에 387억원이 청약에 참여, 경쟁률이 0.29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0년물 모집에 몰린 청약금액이 349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청약금액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20년물은 200억원 모집에 청약금액이 67억원(경쟁률 0.33대 1)에 그쳤다.
10년물 청약경쟁률은 6월 3.49대 1에서 △7월 1.94대 1 △8월 1.17 등으로 감소해왔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에서 사들이는 국채 규모도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지난 주(9월30일~10월4일)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4642억원으로, 직전주(9월23~27일) 9787억원 대비 50% 넘게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순매수액(14조1889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간 평균 순매수액 약 9459억원 대비로도 낮은 수준이다.
초단기 채권형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분위기다. 지난 7~8월까지만해도 200조원을 웃돌았던 MMF 설정원본은 지난 3일 기준 179조원까지 빠진 상태다.
반면 미국 국채 투자는 더 활발해졌다. 최근 한 달간 국내증시에서 미국 장기채를 담은 ETF 종목 중 거래대금이 가장 컸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순자산총액이 하반기 들어 1조2770억원에서 1조6200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이 외에도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 H)'(1250억→4060억, 224.8%),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5040억원→9120억원, 80.95%),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2890억원→3640억, 25.95%),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1640억→1830억, 11.58%) 등의 순자산총액이 모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직접 사들이 미국 국고채 관련 ETF 상품은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2532만달러),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2241만달러), 'ISHARES SHORT TREASURY BOND ETF'(1498만달러), 'ISHARES 1-3 YEAR TREASURY BOND ETF'(993만달러) 등이다.
이들 네 종목의 순매수 규모는 7264만달러로, 980억원에 달한다.
지난 주말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1bp 오른 연 3.967%에 마감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도 급등해 10년물이 연 3.101%로 올랐지만 여전히 미국채 금리보다는 낮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채권 금리는 하락)하는 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는 채권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미국채 투자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이날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3.1%로 반영하고 있다. 동결 가능성은 6.9%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고용지표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11월 FOMC 에서는 25bp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만 이번 고용 보고서로 금리 동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며, '그래도 인하는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채 10년물 4%가 넘는 선에서는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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