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격상, 남중국해 분쟁 발 담그나
한국과 필리핀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정상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선언에는 경제, 개발, 기후, 에너지, 해양 분야 협력이 포함돼 있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방·안보 협력이다. 두 정상은 필리핀에서 실시되는 미국과 필리핀 등의 연합훈련에 한국군의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양국 국방 당국 간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필리핀이 추진 중인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이 무기 기술 전수 등을 통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은 호주, 일본에 이어 필리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몇 안 되는 미국의 동맹국이 됐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미국의 남중국해 지역 대중국 견제망 구축에 한발 더 담그게 됐다. 아직 군대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정까지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 발언으로 미뤄 양국 군 당국 간 후속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이다. 1992년을 마지막으로 철수했던 미군을 다시 끌어들여 중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 다른 동맹국들에도 필리핀을 도와 중국 견제에 협조할 것을 요구해왔다. 호주, 일본이 일찌감치 미국의 요구에 응했으며, 뒤이어 한국이 합류한 것은 미국과 필리핀 모두 원하던 바였다.
하지만 그 길이 한국에도 좋은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물자 수송로인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가 지켜지는 것은 한국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항해의 자유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면 되지 필리핀의 영유권 주장에 동맹처럼 힘을 보탤 필요는 없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입장은 일본, 호주와 같지 않다. 한국의 군대는 핵 무장국인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에도 바쁘다. 아울러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데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할 필요가 없다. 일본, 호주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은 다르다.
최근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EBS <위대한 수업>에 출연해 ‘한국은 한반도 문제와 직접 관련 없는 미·중 간 분쟁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자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념적인 진영론에 경도되기보다 현실주의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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