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자치분권과 자치법의 분화

파이낸셜뉴스 2024. 10.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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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민선 자치 30년을 맞는다.

우리의 자치분권은 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진화를 해 왔다.

특히 지난 20년, 30년 만에 이루어진 자치법의 전면 개정은 자치분권 수준을 크게 올려 놓았다.

그런데 최근에 '자치분권의 발전은 자치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통념을 깨트린 이벤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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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내년이면 민선 자치 30년을 맞는다. 긴 역사는 아니지만 짧은 세월도 아니다. 우리의 자치분권 수준은 미완(未完)이지만 그간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자치분권은 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진화를 해 왔다. 특히 지난 20년, 30년 만에 이루어진 자치법의 전면 개정은 자치분권 수준을 크게 올려 놓았다.

그런데 최근에 '자치분권의 발전은 자치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통념을 깨트린 이벤트가 있었다. 강원도와 전라북도의 '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그것이다. 이제 두 지역은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갖고 자신만의 자치분권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이런 특별법이 등장했을까?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모든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모두를 고려해야 하니 보폭을 크게 하기 어렵다. 법률 개정의 효과도 전 지역에 균등하게 나타난다. 이런 접근법은 발전 여건이 열약한 지역에는 답답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 지역만의 발전 방식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생기고, 그 결과가 특별법 제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역의 절실함이 '자치법의 분화(分化)'를 가져온 셈이다.

특별법의 골자는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총리 소속으로 지원위원회를 두고 해당 지역의 발전계획을 심의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 별도계정을 설치하여 지역 현안을 풀어 나갈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들 특별법은 '특별자치도 설치' 그 자체보다 '특별재원 마련'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비 확보를 위한 패스트트랙 말이다. 그럼 이들 특별법이 패스트트랙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이것은 별도계정에 국비가 얼마만큼 담기느냐에 달려 있다. 기대할 만한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치발전에 대한 재정당국의 의지를 의심해서가 아니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별도계정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는 이 두 지역 말고도 제주도와 세종시가 더 있다.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별도로 챙겨야 할 지역이 4개로 늘어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제주도와 세종시가 특별자치도나 시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이들 지역의 자치체계가 다른 곳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는 시군이라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다. 반면 강원도나 전북도는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다. 지역 여건이 특별하다고 하여 특별지위를 얻었다. 그런데 '지역 여건이 특별'하다는 것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높은 진입장벽이 되지 못한다. 다른 지역들도 특별한 여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을 갖고 있다고 이들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된다면 다른 자치단체들도 유사한 법률을 제정하려 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별자치단체 수가 늘게 되고 그만큼 '별도 몫'은 작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 촉진방식에 특별법 제정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건은 실행이다. 특별법은 단지 이들 지역에 별도재원이 흘러가는 통로만 열어 주었을 뿐이다. 실제 국비를 더 가져오는 역할은 여전히 해당 지역 몫으로 남아 있다. "예산이 부족해 더 배정해 주기 곤란하다"는 재정당국의 높은 벽을 넘는 노력 말이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내년도 국비 확보일 것이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자치도 설치가 자치발전의 새로운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조만간 목도하게 되길 기대한다.

■약력 △58세 △한양대 법학 △행정안전부 차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전라남도 부지사 △행정고시 32회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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