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헌재 마비’로 득 보는 건 누구인가

이선목 기자 2024. 10. 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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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과거 국민의 기본권 보장 기관으로서 역할이 많이 요구됐지만, 최근에는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 사건이 증가하며 정치적 갈등 해결 기관으로서 역할이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도록 노력하겠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 마비로 탄핵 심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 그 기간동안 해당 공직자는 직무 정지 상태가 된다"며 "고위 공직자일수록 직무 정지가 국정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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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목

“헌법재판소는 과거 국민의 기본권 보장 기관으로서 역할이 많이 요구됐지만, 최근에는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 사건이 증가하며 정치적 갈등 해결 기관으로서 역할이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23일 김복형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신임 재판관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헌재는 여야의 힘겨루기 속 마비 위기에 처했다. 오는 17일 임기 만료를 앞둔 국회 몫 재판관 3인(이종석 헌재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 선출 방식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현행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국회 몫인데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정해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합의 하에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다른 1명은 서로 상의해 정해왔다.

그런데 협치가 실종된 이번 국회에서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2명, 여당 1명 추천을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후임 재판관이 제때 선출되지 않으면 정족수 미달로 심리가 불가능하다. 헌재가 심리해야 하는 안건 중에는 국회에서 넘어온 탄핵소추 안건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은 2년 만에 총 18건의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나온 건수(6건)의 3배다.

법조계에선 야당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놓고도 그 안건을 심리해야 하는 헌재의 마비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 마비로 탄핵 심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 그 기간동안 해당 공직자는 직무 정지 상태가 된다”며 “고위 공직자일수록 직무 정지가 국정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 사흘 만에 탄핵 소추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야당은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준비 모임을 만든 데 이어 친야 성향 단체가 국회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열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헌재 마비로 이득을 보는 쪽은 누굴까. 분명한 건 국민은 아니다. 헌재는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연명치료 중단 관련 연명의료결정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등도 심리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미 멈춘 상태다. 국회가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헌재 공백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가 이 참에 후보 추천 방식을 법에 명문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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