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낙동강 ‘녹조 독소’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짙은 녹색으로 뒤덮인다. 빛 하나 들어갈 틈 없는 녹색의 강을 보노라면 무더위만큼이나 숨이 턱 막힌다. 낙동강 녹조(綠潮)가 물 밖으로 나와 대기에 머물며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독소의 인체유입 연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등의 연구 결과 22명의 주민 중 11명에게서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들은 재채기·후각이상과 눈·피부 가려움증,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한 전문가는 공기 중 녹조에 장기 노출될 경우 치매·파킨슨병 등을 유발할 수 있어 “ ‘조용한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름과 달리 ‘녹조현상’은 남조류가 주원인이다. 그래서 학계에선 남조류 대량발생으로 수막이 형성된 상태인 ‘수화현상’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성 세포인 녹조류에 비해 남조류는 세균에 가까워 더 강한 독성 물질을 더 많이 뱉어낸다. 국내의 경우 남세균이 가장 많다. 남조류 독소는 가축을 죽일 정도로 강력하며, 실제 미국·일본에서 가축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다고 한다. 더 심각한 상황은 농작물·어패류 등에 축적된 독소가 먹이사슬을 타고 인체에 농축되는 경우다.
녹조는 하천 수온이 높을 때 물속 인·질소가 햇빛과 만나 생성된다. 특히 유속이 느리거나 고인 물에서 잘 일어난다. 4대강 보로 인한 유속 감소를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2022년 6월 환경부의 ‘한강·낙동강 수질예측 모델링 보완연구 보고서’는 ‘한강·낙동강의 11개 보를 해체하면 녹조가 줄어들고 수질이 좋아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을 백지화했다.
정부는 더 이상 공기 중 녹조 독소의 건강 위협을 부정할 게 아니다. 인체유입 연구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시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면 과학적 절차 이상의 대응이 필요하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 안전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위협도 소홀히하지 않고 대응할 때만 확보될 수 있음을 무수한 재난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가.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