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중앙위, 유족 호소 불법 방치…피해신고 68% 법정 기한 넘겨

외신기자 칼 마이던스가 1948년 10월 촬영한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위원회’(여순사건 중앙위원회)가 피해신고 10건 가운데 7건을 계류하면서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여순사건 중앙위원회는 전남도 실무위원회에서 넘긴 2999건 중 2031건, 약 68%를 90일 이상 계류하고 있다. 이는 법 위반이다.

여순사건법 시행령 제11조에서는 중앙위원회는 실무위원회의 심의·의결 요청을 받고 90일 이내에 희생자·유족 여부를 심사·결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나머지 968건은 지난달 24일 실무위원회 의결을 마쳐 아직 90일을 넘기지 않았다.

여순사건 피해신고는 전남도 실무위원회(위원장 전남도지사) 사실조사를 거쳐 중앙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희생자·유족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앞서 실무위원회는 2022년 1월2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피해신고 7465건을 접수했다.

실무위은 지난달 26일까지 3709건을 중앙위로 넘겼으며 중앙위는 이 중 710건을 처리했다. 나머지 3756건 가운데 178건은 취하됐으며, 3578건은 실무위에 계류 중이다.

현재 중앙위가 처리해야 할 2999건의 평균 계류기간은 222.2일에 달했다. 이미 처리한 710건도 평균 218.7일 동안 계류됐으며, 90일 이내에 처리한 사건은 45건에 불과했다. 신고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사건 처리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23일이었다.

법에서 정한 진상규명조사 기간은 이달 5일까지였다. 전남도 실무위 관계자는 “위원 임기가 내년 10월5일 끝나기 때문에 심의는 계속 이어간다”고 말했다.

중앙위원회는 용 의원실쪽에 현재 3명인 조사관을 5명으로 늘리고 우선 순위 선정, 행정직 공무원의 조사업무 병행, 소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접수된 사건의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부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족들의 호소를 방치해온 여순사건위원회의 주요 간부를 즉시 경질해야 한다”며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는 입법을 통해 위원회 기간 연장, 인사추천·관리감독 권한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