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저출산과 주택시장의 왜곡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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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결혼을 앞둔 제자들에게 혼인신고를 미루겠다는 얘기를 적잖이 듣는다.
이유인즉슨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주어지는 분양 아파트 로또 기회를 자녀 출산 시기부터 시작해 오래 누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런 과도해 보이는 지원은 높은 주택 가격이 청년들의 혼인율과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급락하던 기간 주택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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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공급 집중하나
혜택은 여전히 소수에게 집중
집값 하락기에도 출산 제자리
더 실효성 있는 정책 고민을
요즘 결혼을 앞둔 제자들에게 혼인신고를 미루겠다는 얘기를 적잖이 듣는다. 이유인즉슨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주어지는 분양 아파트 로또 기회를 자녀 출산 시기부터 시작해 오래 누리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결혼한 뒤 임신에 어려움을 겪다가 7년이란 신혼부부 인정 기간이 끝나 허탈해하는 청년 부부들을 종종 본다. 청년에 대한 과도한 주거 지원 정책에 반응하는 MZ세대의 선택을 교수의 '라떼 가치관'으로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그런 과도해 보이는 지원은 높은 주택 가격이 청년들의 혼인율과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급락하던 기간 주택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을까. 먼저 전국 합계출산율은 2000년을 넘어서면서 많이 감소했지만 그래도 1.10~1.20 내외를 유지했다. 그러던 출산율이 2015년 1.24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까지 0.84로 급감하다 이후 2023년 0.72로 추가적인 하락이 발생했다. 그런 추이는 서울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해 서울시의 합계출산율도 2015년 1.00에서 2020년 0.64를 거쳐 2023년 0.55로 감소했다.
하지만 출산율 급감이 이루어진 2015년 초~2020년 초 사이 5년간 전국 주택 가격 상승폭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로 13% 남짓이다. 안정적 상승세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기 힘든 추이다. 오히려 출산율 급감 추세가 다소 완화된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 고점까지 2년간 무려 35%의 급등세를 보이다 이후 미국발 고금리로 급락세를 보이며 2023년 초까지 4년간의 누적 상승률은 13%로 감소한다. 주택 가격 급등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든 수치다.
반면 세간의 관심이 항상 집중되는 서울시의 주택 가격은 타 수도권이나 전국의 안정세와 달리 2016년부터 나홀로 급등세를 달렸다. 2015년 초부터 2020년 초 초저금리로 전국적인 급등세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44% 급등했고, 이후 전국적인 급등세를 공유하며 2015년 초 이후 2021년 고점까지 90%의 누적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과 서울시의 해당 기간 합계출산율 격차는 0.24에서 0.17로 오히려 감소했다. 서울만의 독주로 발생한 주택 가격 급등이 서울의 추가적인 출산율 저하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과 서울시의 0.2 내외로 유지되는 합계출산율 격차는 서울시가 수도권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메가시티의 중심 도시이기 때문이고, 이는 다른 해외 메가시티들의 중심 도시에서도 공유되는 현상이다. 일본의 2023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1.20이지만 수도권은 1.09, 도쿄도는 0.99다.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야기된 서울시만의 주택 가격 급등 문제는 서울시 내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주택 가격 탓으로, 서울 대도시권으로의 인구 집중 탓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해석인지 의문을 던지고 싶다.
세 아이 가운데 한 아이가 결혼해서 둘째를 가질지 고민하는 중이고, 나머지 두 아이가 결혼 적령기인 필자의 입장에서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로또 아파트는 무척 맛나 보인다. 하지만 그런 로또 아파트를 얻지 못하는 10쌍 중 9쌍 이상의 신혼부부는 더 비싸진 주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회비용이 큰 로또 아파트보다는 힘든 부모의 지원이 필요 없는 양육과 보육환경 개선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대선 과정에서 폭발한 정치적인 화두를 조금은 차가운 머리로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의 방향이나 강도 그리고 그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통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방향을 찾아봐야 할 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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