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인프라사업에 2.5조 EDCF 지원···"내년 FTA 발효" 공감대 [한·필리핀 정상회담]

강도원 기자 2024. 10.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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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랜드마크 도로·교량 건설 MOU
韓기업 참여 보장 '진출 교두보'
니켈 등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한국형 농기계 산업단지 조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원전의 영토가 중동과 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까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5년의 암흑기를 이겨내고 15년 만에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팀 코리아’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축사에서 “필리핀에서도 ‘팀 코리아’가 최고의 원자력발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원전을 다시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필리핀과 원전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임석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됐지만 원전에 대한 필리핀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까지 영향을 미쳐 40년간 멈춰 있었다.

필리핀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을 해법으로 선택했다.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바탄 원전은 고리 2호기와 같은 원자로를 사용, 40년 이상 운영 노하우가 있는 한수원이 바탄 건설 재개 사업의 최적 파트너로 꼽힌다.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에는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번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필리핀 원전 사업은 물론 동남아 지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뿐 아니라 필리핀의 대규모 랜드마크 인프라 사업에도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필리핀 재무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 교량 건설 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정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건설을 지원하고 대신 우리 기업들이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라구나 호수 도로는 총 37.5㎞로 정부는 첫 구간인 7.9㎞ 건설에 약 9억 500만 달러(약 1조 217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PGN 교량 사업은 필리핀 중부 파나이, 기마라스, 네그로스섬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역시 EDCF로 13㎞ 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 345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EDCF를 통해 지원한 해외 사업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양국은 경제협력도 한층 강화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지난해 9월 체결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빠른 시일 내 비준해 내년에는 발효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재부와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은 ‘한·필리핀 경제협력파트너십(EIPP)에 관한 MOU’를 체결, 필리핀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전자정부, 통신 네트워크 등에 관한 정책 컨설팅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국 경제인들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은 세계 2위 니켈 생산국으로 두 나라가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며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에 관한 MOU를 통해 핵심 광물 탐사와 기술 개발, 원자재 공급망 중단 시 상호 지원 등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 및 기관 간 MOU는 13건이 체결됐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필리핀 카바나투안시에 한국형 농기계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업에 관해 “농기계 생산 공단을 통해 필리핀의 환경과 작물에 적합한 농기계가 개발·보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마닐라전력과 포괄적 협력 MOU를 맺고 원자력 기술·설계·규제 정보 등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포럼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마닐라=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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