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확대한 정부, 통신사 약정처럼 빠져나갈 구멍 다 만들어놔”
3년 전 사전청약을 받았던 공공분양 단지들에서 분양가 상승, 입주 지연, 사업 취소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업 지연 사유를 인지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토지보상 지연, 지장물 보상 지연 등 현재 드러난 대부분의 지연사유가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공고문에 분명히 명시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 단지가 본청약을 2주 앞두고 입주가 3년 이상 지연된 군포 대야미 신혼희망타운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3월 부지 내 고압송전선로 이설로 위한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며 입주 지연 소식을 사전청약자들에게 알렸다.
그런데 김 의원이 공개한 2021년 10월 해당 단지 사전청약 공고문에서는 “지구 내 고압 송전선로는 지구 내 도로 하부에 매설하여 지중화할 예정이며 지중화 공사 일정에 따라 입주 시기 등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국토부가 2021년 4월 공공사전청약 일정을 발표하며 ‘사업 지연 요소가 적은 입지를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정부가 사업 지연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청약 시 유의하라는 문구’를 적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주장이다.
김 의원은 “통신사 약정처럼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사전청약 단지 발표 이전에 이미 지연 요소가 차고 넘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개적으로 사전청약 모집에 나서며 국민을 속이는 것은 기망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당첨자들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부여한 만큼 계약 주체와 다름 없다”라며 “사전청약 피해자들에게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까지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사기를 당한 가해자의 벌금을 같이 내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추진한 것은 지난 정부지만 현 정부도 계약의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여러 가지 정황이나 계약 내용 살펴서 어려움 겪고 있는 당첨자 입장에 서서 대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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